"농구로 희망을 뿌립니다."
히말라야산맥 언저리에 위치한 약소국 부탄은 올림픽같은 국제대회에서 아프가니스탄, 네팔 등과 함께 대표적인 변방국으로 가끔 소개된다.
이같은 스포츠 불모지에서 '부탄판 농구 히딩크'로 불리는 이가 있다. 부탄에서 유일한 한국 출신 지도자인 김기용 감독(42)이다. 부탄 농구대표팀을 맡고 있는 김 감독은 광주고-건국대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어 모교 광주고를 7년간 이끌었다.
광주고 감독을 지내던 2010년말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대한체육회가 국제교류사업의 일환으로 부탄으로 파견할 농구 지도자를 찾는데 여기에 추천된 것이다. 당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부탄을 방문했다가 다쇼 지겔 부탄체육회장(28)의 요청을 받고 마련한 기회였다. 지겔 회장은 부탄 5대 국왕의 동생으로 동호인 클럽팀 구단주이자 선수로 활동할 만큼 농구 마니아였다.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부탄에 파견하는 1호 지도자도 추천된 김 감독은 처음에 망설였다. 미혼이라 몸은 가볍다지만 생전 듣도보도 못한 나라 형편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국민 행복지수 세계 1위의 신비한 국가라는 소식을 접하고 호기심과 함께 도전하고 싶은 충동이 발동했다.
2011년 6월 무작정 부탄으로 향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푼 희망도 잠시. 후회 막심이었다. 부탄 정부에서 제공한다고 했던 집과 승용차, 통역 등의 지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한체육회로부터 받는 월급을 쪼개 월세집이나마 업그레이드하는데 만족한 그를 더욱 실망시킨 것은 국가대표팀의 현실이었다. 막상 소집해놓고 보니 이런 오합지졸이 없다.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는가 하면 감독 지시를 경청하기는 커녕 각자 제멋대로 행동하는 바람에 통제가 안됐다. 약속 시간을 지키는 선수가 거의 없어 국가대표 선발기준 가운데 1순위를 출석체크로 정할 정도였다. 체육관이라는 것도 인접국 인도의 대지진 여파로 크게 파손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시설이다. 슬레트 지붕으로 비만 간신히 피할 수 있고, 코트는 시멘트 바닥에 나무색 페인트로 위장해 놓은 것이었다.
부탄의 열악한 재정상태와 전통적인 '만만디' 국민성에 적응하기까지 3개월이 넘게 걸렸다. 돌아오고 싶은 유혹을 느낀 게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부탄이라는 나라를 점차 알게 되고 순박한 선수들의 마음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농구 애착이 남다른 지겔 회장과 의형제의 정을 쌓게 된 것도 김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김 감독은 한국 고교 저학년 수준의 대표팀을 백지상태에서 만든다고 작심하고 팀워크와 규칙을 준수하는 기본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워낙 열악한 상태에서 시작하다보니 성장하는 모습이 더 잘 보였다. 그만큼 보람도 컸다. 부탄 왕족과 국민들의 선진국 못지 않은 농구열기도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결국 김 감독은 '대형사고'를 쳤다. 지난해 6월 스리랑카에서 열린 사우스아시아친선대회서 부탄의 구기종목 국외대회 사상 처음으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 대회는 네팔, 스리랑카 등 주변 8개 약소국이 참가하는 그들만의 리그다. 부탄이 이런 대회에서조차 1승을 거둔 것은 1907년 부탄왕국 창건 이후 최초의 쾌거였단다. 때마침 국왕의 결혼식 시기와 겹쳐서 현지 체육계에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김 감독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지겔 왕자가 결혼도 주선해줄테니 부탄으로 귀화하라고 유혹하는가 하면 몰디브와 네팔 농구협회로부터도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부탄을 선택했다. 그동안 농구 체계를 갖추기 위해 기초를 다졌으니 이제 서서히 집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부탄 농구의 미래를 위해 코치 양성에 집중하고 한국의 과거 실업팀같은 실업리그도 만들 계획이다. 사비 2000달러를 들여 작년 창설한 청소년대회도 뿌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부탄은 조급하게만 살았던 나에게 새로운 농구 인생관을 심어준 고마운 나라다. 부탄 체육사에 당당한 한국인의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그는 영락없는 '부탄의 히딩크'였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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