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북한중국의 만류를 무시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중국 인터넷에서 '반북(反北)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북한 도발에 대해 중국 네티즌이 집단적 반감을 표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 분석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중국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핵실험을 강행한 평양을 '미친개'에 비유하며 미온적 반응을 보인 중국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무시한 이웃(북한)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외교부 성명)는 말만 반복할 게 아니라 '보복'이나 '제재'를 언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마용(馬勇) 연구원은 이날 오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실명으로 "지금 관영 매체들은 '주변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북한 발표만 인용하며 바보처럼 자신을 안심시키고 있다"며 "동북 지역 수천만명의 (방사능 오염) 우려를 해소하려면 당국이 직접 환경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글은 이날 저녁까지 2만5000여회 리트윗(퍼나르기) 됐으며 댓글은 3000개가 넘었다. 그러자 중국 환경보호부는 이날 저녁 "중국에 방사능 오염 피해는 없다"고 발표했다. 웨이보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봉황TV의 뤼치우루웨이(閭丘露薇) 기자는 "이번에 중국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며 "중국이 제재할 때 '작은동생'(북한)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오바마 연두교서 "북 핵실험 고립 심화시킬 것"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2일 오후 9시(한국 시각 13일 오전 11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사용자 3억명을 넘어선 웨이보의 여론은 영유권 분쟁 등 중국의 대외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지금의 반북 여론이 중국 당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에 맞서는 유일한 국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핵개발" 등의 반응도 간간이 눈에 띄지만, 반북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특히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기간 핵실험을 한 것을 두고 격앙된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수십 년간 식량과 석유를 원조해 줬더니 춘제 때 '핵 폭죽'으로 보답하는구나"라고 비꼬았다. 상하이의 스웨이장(斯偉江) 변호사는 "대국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으면 주변국의 웃음거리가 된다"며 '대북 원조 중단'을 요구했다. "미군이 (북한에 대한 대응에)동원된다면 내 연봉을 (미군에) 주겠다"는 글까지 등장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했었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 후자(胡佳)는 웨이보에 "북한은 가장 악질적이고 무자비한 악당"이라는 글을 올리고 주중 북한대사관에 항의 전화를 걸었던 사연을 소개했다. 북한대사관에 전화로 "중국 인민인데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한다"고 했더니 북한 외교관이 "뭐라고, 당신 미쳤느냐"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시진핑 웨이보'로 유명한 '시진핑 배우기 팔로어(學習紛絲團)'의 개설자 장훙밍(張宏明)도 "핵무기 없는 지구는 모든 이의 궁극적 목표"라는 글을 올렸다고 SCMP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