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3차 북핵실험에도 무덤덤한 한국 주식시장

    입력 : 2013.02.13 03:01

    강인선 국제부장
    2006년 10월 북한이 첫 핵실험을 했을 때 한국은 충격에 빠졌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경고해온 레드라인을 넘는 도발을 한 것으로 간주됐다. 미국이 유엔을 통한 전면 제재, 해상 봉쇄, 핵 시설 정밀 타격 등을 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한반도에 초긴장 상태의 먹구름이 드리운 듯했다.

    당시의 불안감은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코스피지수는 2.41% 하락했고, 8.21%가 하락한 코스닥 시장에선 일시 거래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증시는 공황 상태에 빠졌고 원화도 폭락했다. 하루 사이에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21조원이 증발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한국 반응은 달랐다. 소식이 알려진 직후엔 코스피지수가 6분 만에 71포인트 폭락했다. 그러다 반등이 시작돼 이날 코스피는 2.85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당시 전문가들은 증시 투자자들이 북한과 관련된 위기 상황을 자주 겪다 보니 대단찮게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 12일, 코스피지수는 5.11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재채기를 한 정도로 봤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 관련 이슈들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제한적이란 것이다.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안보 위기 불감증 상태가 된 것은 예측 불허의 자살 폭탄 테러범 옆집에 살면서 위기에 적응해버린 결과라고 했다. 폭탄을 몸에 두르고서 "우리 집 식량과 난방을 책임져라. 안 해주면 너 죽고 나 죽는 거다"라며 위협하는 정신 나간 이웃과 살다 보니 새로운 위기 상황이 발생해도 또 "그러려니" 한다는 것이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대해선 아예 포기하고 외면해온 셈이다.

    그건 국제사회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 행위를 하면 각국은 일제히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유엔안보리는 약간 손질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내놓고는 그만이었다. 그 정도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생색을 냈다.

    하지만 이제 정부도 인정할 건 인정하고 국민에게 알릴 건 알려야 한다. 그간 국제사회의 북핵 저지 노력은 북한의 행동을 전혀 바꾸지 못했다.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던 중국도 별 힘이 없었다. 시진핑 총서기 체제가 출범한 후 북한은 보란 듯이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렸다. 중국이 대북 지원 중단 가능성으로 압박했는데도 북한은 아랑곳 않고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무기가 배치된 지역으로 인도와 중국 국경, 인도와 파키스탄 접경,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를 꼽는다. 인도중국·파키스탄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선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서로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공포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는 다르다. 북한은 3차 핵실험까지 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다. 주한 미군의 존재를 감안해도 핵 없는 한국은 맨주먹으로 북한을 상대하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북한이 더 멀리 가는 로켓을 개발하고 더 성능 좋은 핵무기 개발을 위해 움직이는 동안 한국인들은 둔감력과 배짱으로 위협을 견뎌온 셈이다. 지금까지 끌어온 안보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적대적인 핵 보유 세력과 이웃해 살아가야 하는 한국의 앞날은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1·2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규탄 성명에 안보 강화 다짐만으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국민은 이제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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