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현수막 관련해 시민단체 vs 마포구 대립

입력 2013.02.06 11:47 | 수정 2013.02.06 11:49

마레연이 게시하려고 마포구청에 신청한 현수막 도안

성소수자의 인권을 알리는 광고물과 관련해 서울 마포구와 지역 시민단체가 두 달 넘게 대립하고 있다.

6일 마포구와 성소수자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이 지역 성소수자 모임인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마레연)는 지난해 12월 초 관련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설치하려다 마포구로부터 금지를 당했다. 이에 마레연 회원 등은 지난 1월 14일부터 마포구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레연 측이 제시한 현수막 문구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레스젠더),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다.

마레연 측은 이를 제작해 마포구에 게시 허가 신청을 냈지만, 마포구 측은 구의 광고물 관리 및 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일부 내용을 수정해야 허가할 수 있다는 ‘조건부 가결’ 의견을 내놓았다. 마포구청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마레연의 현수막이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5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마포구 측이 지난해 12월 12일 마레연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과장되고 직설적 내용인 ‘열명중 한명은 성소수자’,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을 수정 보완한 뒤 게시할 것”을 요청했다. ‘열명 중 한명’이라는 것이 명확한 근거 없이 과장된 내용일 수 있으며, 레즈비언 게이 등의 문구가 직설적으로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마레연과 관련 시민 단체들은 마포구청의 대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마레연 측은 블로그(http://maporainbow.net) 등을 통해 “마포구의 판단이 합리적이지 않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서 기인한 차별적 판단이라고 여겨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레연 측은 “국제적인 통념상 ‘인구의 약 4~10%’가 성소수자 임을 다양한 연구에서 밝히고 있고 마포구는 그중에서도 성소수자 인구 비율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은 조금만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다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게이·레즈비언같이 사람의 성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존재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그 자체로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형평성 문제도 언급했다. 마레연은 “마포구청에 신청했던 동일한 시안의 현수막을 은평구와 성북구에선 받아들여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과 국민대학교 앞에 게시할 수 있었는데, 유독 마포구만 문제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레연은 이에 작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마포구의 입장이 인권 차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광고물 허가를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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