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北의 핵실험, 구경만 할 것인가

조선일보
  • 김대중 고문
    입력 2013.02.05 02:30

    이제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 포기 않을 것이 확실해져
    군사·재정적 대응 효과 난망… 北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거나
    한국 핵 보유로 균형 만들어야, 최종 해결책은 김씨 체제 붕괴

    김대중 고문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정보다. 핵실험의 모든 준비가 완료됐고 김정은이 버튼만 누르면 터지게 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 무섭고 더 무거워진 북핵을 하나 더 머리에 이고 사는 셈이다.

    북핵 포기에 관한 논의, 즉 한반도 비핵화 논의는 이제 물 건너갔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월 말 "전 세계가 비핵화되기 전에는 북한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한마디로 북한 당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핵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들에게 핵은 곧 '생명줄'이며 이 끈을 놓는다는 것은 곧 저들이 망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개입이나 영향력조차도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 세습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북한 내부의 권력 구조로 볼 때도 북핵 포기에 관한 논의조차 곧바로 권력 내부의 투쟁 내지 충돌을 야기할 것이다. 어쩌면 김정은 체제 자체가 공중분해될 수도 있는 문제다. 김정은의 장악력이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그가 아무리 다른 생각이 있다 해도 핵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유산(遺産)일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핵 포기를 거론하는 것은 공염불(空念佛)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모두가 버스 떠난 뒤에 해대는 헛소리고 대내 정치용일 따름이다. 북핵은 현실이며 불변(不變)으로 보는 것이 사태의 진전을 바로 보는 길이다. 게다가 세계는 이제 슬그머니 이란 핵과 더불어 북한 핵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용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핵 포기'가 아니라 '북핵 포기에 관한 논의를 포기'하는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1월 30일자 기사에서 미국의 정보 관계자를 인용,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위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준의 핵 기술을 이뤄냈는지를 들여다보고 싶다면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내심 기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모두들 입으로는 북핵 포기와 핵실험에 대한 제재와 보복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립 서비스'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하면 강력한 대응과 응징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무엇이 강력한 대응이며 어떻게 응징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에는 속수무책이다. MB 당국도 그리고 새 정부를 구성할 쪽에서도 '대화와 경고'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대응책을 살펴보자. 흔히 거론되는 군사적 대응은 자칫 준(準)전쟁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 핵실험이 가공할 무기임은 틀림없으나 북한이 자국 영토 내에서 자기 무기를 시험한 것을 가지고 제3국이 군사적으로 쳐들어갈 수 있느냐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재정적 징계를 한다지만 북한은 이미 상당 기간 유엔 등의 제재하에 있으면서도 살아남은 것을 보면 그것이 과연 실질적인 '목 조르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의 원조 등을 끊는 물리적 대응을 거론할 수 있지만 우선 우리 내부의 진보·좌파 세력이 가만있지 않을뿐더러 북한도 오랫동안 '지원 끊기'에 익숙해져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것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속수무책인가? 지금까지 우리가 취해온 종래의 발상과 태도로는 그렇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현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봐서 세 가지다. 저들의 '생명줄'을 대신할 그 어떤 보장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보장책은 미국 등 서방국가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해서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고 그들과 국제사회의 틀 안에서 교류하는 것이다. 그것도 미심쩍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것이 당장 여의치 않다면 일정한 국제적 룰 아래서 한국이 핵을 보유해서 북핵의 효과와 의미를 상쇄하는 길이다. 동북아시아를 '핵 공포의 균형 지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강대국들의 우월적 사고에 이의(異議)를 제기하고 싶다. 기존 핵 보유국들은 약소국·개도국이 핵을 가질 경우 그것의 '위험성'과 함께 '핵의 효율적 관리 부재(不在)'를 내세워왔다. 자기들은 관리가 가능한데 우리는 관리가 어렵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계의 안보에 대한 위협은 강대국들의 핵 때문에 유발됐지 강소국들의 핵 때문에 초래된 적은 없다. 핵의 가공할 '공멸(共滅) 위험'을 모르는 약소국들이 자칫 핵에 의존할 것이라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다.

    북핵을 다루는 데 마지막으로 유효한 발상의 전환은 문제의 초점을 북한 핵이 아니라 북한 체제에 맞추는 것이다. 북한의 현 독재 세습 체제의 존재 가치와 인류 보편적 타당성에 근거한 더 큰 차원으로 접근해서 북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다. 김씨 체제의 붕괴와 통일이 그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