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8] 민주주의의 걸림돌, 바로 '뇌'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3.02.05 02:30 | 수정 2013.03.05 11:43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지난 연말에 1832년 파리의 6월 반란을 배경으로 한 '레 미제라블'이란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뮤지컬을 영화로 만드는 어려움을 잘 극복했고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멋진 노래들이 감동적인 영화였다. 그리고 영화는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프랑스는 1789년, 1830년, 1832년, 1848년, 1871년 등 수많은 혁명과 반란을 거듭하며 공화국과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시 절대로 쉽지 않게 얻은 결과물이다. 무엇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

자유민주주의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들을 추구한다. 한 개인이나 특정 단체의 독재를 막으며, 과반수의 의견을 비폭력적으로 실행하되, 소수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준다. 그리고 독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사회적 토론을 통해 주기적으로 새로운 리더를 뽑고 검증한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사회적 시스템들이 제안되고 시도되었지만, 그 어느 왕조·독재·공산주의·파시스트·제국주의·종교주의 사회보다 개인의 자유를 지켜주는 민주주의가 가장 평화로우면서도 가장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준다.

말리·아프가니스탄·북한스웨덴·덴마크·대한민국과 비교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정치가 과학이고 수학이라면 더는 토론이 필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정치의 기초는 인간이고, 인간에게 민주주의는 한없이 힘들다. 인간의 뇌는 여전히 원시시대에 머물러 있기에, 우리는 항상 우리를 강하게 이끄는 '알파형 리더'를 동경한다. 원숭이들에겐 그래서 '알파 원숭이'가 있고, 바다사자 무리 중 가장 크고 힘이 센 수컷은 모든 부와 암컷들을 차지하는 독재적 권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알파 권력을 위한 수컷들 사이의 끝없는 폭력과 싸움의 가장 큰 희생자는 물론 힘없는 암컷들과 어린 동물들이다.

바다사자 무리 중 가장 크고 힘이 센‘알파’두목은 모든 부와 암컷들을 차지한다. 수컷들은 ‘알파’가 되기 위한 끝없는 싸움을 반복한다.
바다사자 무리 중 가장 크고 힘이 센‘알파’두목은 모든 부와 암컷들을 차지한다. 수컷들은 ‘알파’가 되기 위한 끝없는 싸움을 반복한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셰리프(Sherif)는 여름 캠프에 참여한 남자아이들을 무작위로 나누고 서로 경쟁하게 하였다. 얼마 후 자연스럽게 두목 역할을 하는 알파 리더들이 생겼고, 그룹 간엔 수많은 근거 없는 편견과 의혹들이 생기고 분쟁과 싸움이 시작되었다. 결국 비과학적이고 반민주적인 '지역감정'과 '내 편 보살피기'는 인간 뇌에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역시 미국 사회심리학자 밀그램(Milgram)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권력자의 명령 아래 타인을 전기로 고문하게 하였다. 물론 가짜 고문이었지만 피험자들은 진짜로 믿었다. 그들은 고문받는 사람의 비명을 들으며 괴로워했지만 대부분은 권력의 명령이라는 정당화 아래 고문을 멈추지 않았다.

뇌는 비논리적이고 그룹 이기주의로 가득 찼지만 민주주의는 개인에게 현명함과 타인에 대한 인내심과 배려를 요구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그렇게 어렵고 우리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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