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화 만드느냐고? 내 생각 표현할 길이 이것밖에 없으니까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3.02.04 03:08

    '퐁네프의 연인들' 레오 카락스 감독, 新作 관객과의 대화

    영화사 오드 제공
    '퐁네프의 연인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 감독 레오 카락스(53·사진)가 3일 서울 압구정 한 극장에서 신작 '홀리 모터스'를 놓고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홀리 모터스'는 카락스가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로 지난해 프랑스 영화 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에 의해 '올해의 영화' 1위로 뽑혔다. 주인공 오스카(드니 라방)는 극중에서 백발의 노년 사업가에서 시작해 암살자, 광인, 아버지, 죽어가는 남자 등 9개 배역으로 계속 변신하고, 한 배역을 마칠 때마다 리무진 안에 들어가 분장을 바꾼다. 160여개 좌석을 꽉 채운 관객은 질문을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손을 들었다. 그러나 감독은 대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프랑스의 한 작가는 '경험이란 가능성의 끝까지 가보는 여행'이라고 했어요. 오늘날 젊은이들은 이런 여행을 계속 떠나고 싶어하는지, 아니면 뭔가 또 다른 행동을 취하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행동은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젊은이들이 과연 책임을 지고 싶어하는지도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카락스 감독은 "이 영화로 말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공상과학(SF) 영화야말로 현실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내 영화는 SF는 아니지만, 픽션(허구)인 부분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오늘날의 현실을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지, 마주하고 싶어 하는지를 묻는 영화다"라고 했다.

    영화의 특정 장면이나 설정에 대한 관객들의 질문이 계속 되자 그는 "왜, 왜, 왜…. 다들 그렇게 묻는다. 작가는 글 말고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책을 쓴다.

    또 애인이 '왜 아까 키스했느냐'고 물어도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러니까 행동으로 표현했겠지. 나도 영화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의아한 건, 영화를 찍고 난 뒤에 사람들이 내 생각을 다시 언어로 표현해 달라고 하는 거죠. 영화라는 것도 일종의 경험이고, 그 경험이 성공을 했는지, 아닌지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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