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작년 9월 이후 연말까지 근로소득세를 내는 월급쟁이들에게 1조원가량의 세금을 돌려줬다. 국내 소비가 작년 2분기 0.4%, 3분기 0.5%씩 연속으로 감소하자 소비 지출을 자극하기 위해 매년 새해 초에 하던 연말정산을 앞당겨 임시 연말정산을 했던 것이다. 민간기업·공기업 임직원들은 그 때문에 월급이 입금되는 은행 계좌에 잔고가 수십만원 내지 몇 백만원까지 늘어나 월급이 인상된 기분을 맛보았다.
그러나 월급쟁이들이 지난달 정식으로 연말정산을 하고 나서 수십만원의 세금을 더 내라고 통보받은 건 약과고, 일부 샐러리맨들은 2월 월급에서 수백만원의 세금을 한꺼번에 떼겠다는 연말정산 결과를 받았다. 국세청은 근로소득세 납부 대상 1554만명 중 750여만명이 작년에 돌려받은 세금을 다시 되돌려줘야 하거나 돌려받는 세금 액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소동은 작년 대선 직전 3분기 성장률이 0.1%로 40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추락한 데서 비롯됐다. 정부 내에선 이대로 경기가 더 침체하면 대선에 영향을 줄뿐더러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3% 성장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정부는 부랴부랴 5조9000억원의 경기 부양 자금을 지출하기로 하고, 거기에 연말정산을 앞당겨 미리 근로자들에게 1조원의 세금을 환원(還元)해주는 대책을 끼워 넣었다. 당시 정부는 이를 '근로소득 원천징수 합리화 정책'이라며 "연말정산 때 돌려받을 세금을 미리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4개월 만에 공식적인 연말정산 결과라며 2010년 272만명보다 2.5배나 많은 750만명에게 세금을 추가 납부하거나 돌려받을 세금이 줄어들게 됐다고 통보했다. 국세청이 작년 9월 임직원들에게 세금을 가급적 늘려 환급(還給)해주라고 기업들을 독려했던 것이 과잉(過剩) 환급되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내야 할 근로소득세를 더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유리알 같은 봉투에서 세금을 원천징수 당하는 데다 세금 공제 혜택도 점점 줄어드는 걸 보며 씁쓸해하고 있다. 이번에 세금을 더 내는 근로자들은 정부가 세금을 선심 쓰듯 줬다가 다시 빼앗아가는 정책에 농락당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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