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결핵 후진국으로 되돌아갔다. 우리나라 결핵 환자가 급증하면서 결핵 집단 감염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30일에는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결핵에 걸린 도우미 할머니 때문에 교사 3명과 어린이 2명이 잠복 결핵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8일에는 경기도 용인의 어린이집에서 결핵에 걸린 보육교사에 의해 원생 22명과 교사 2명 등 24명이 잠복 결핵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잠복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결핵균이 잠복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잠복 결핵 상태로는 타인에게 결핵균을 감염시키지 않지만 6개월 이상 꾸준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질병관리본부가 펴낸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학교 등 공동생활을 하는 곳에서 결핵 환자가 발생해 역학조사를 한 건수는 1156건에 달했다. 질병관리본부 조은희 연구관은 "역학조사 결과 집단 감염으로 판정하는 건수는 절반 정도"라며 "2012년 역학조사 건수는 현재 집계 중이나 1200여건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 감염 사례가 2011년 580건, 2012년 600여건에 이르는 셈이다.

서울의 한 소아과 병원에서 아이에게 도장식(圖章式)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작은 바늘이 9개가 있는 도장식은 피부에 깊지 않게 접종해 흉터가 남지 않아 부모들이 선호하고 있으나 그 때문에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핵 발생 환자는 2011년 3만9557명에서 지난해 4만126명으로 늘었다. 결핵은 결핵 환자의 기침 가래 방울 속에 섞여 나온 결핵균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이 호흡할 때 폐 속으로 들어가 발생한다. 집단생활을 할 경우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5년 결핵 환자 수가 124만명을 넘었다. 경제성장에 따라 주거 위생과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정부의 체계적인 예방접종으로 환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환자 수가 전체 인구의 1%대로 떨어지자, 2000년부터 결핵 예산을 대폭 줄였다. 정부가 성급하게 결핵 대책에서 손을 떼면서 다시 환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방심으로 결핵 후진국으로 후퇴한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15년 동안 결핵 발생률(10만명당 환자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217개국 중 결핵 발생률은 76위이다. 한 해 평균 결핵 환자가 4만명 발생해 3000명가량이 결핵으로 숨진다. 2009년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90명으로 중국(96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건당국은 우리나라 국민의 3분의 1이 잠복 결핵 환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10대는 10%, 20대는 20%, 30대는 30%씩으로 연령이 늘어날수록 잠복 결핵 환자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연구관은 "잠복 결핵 환자 중 5~10%가 결핵으로 발병한다"며 "이 때문에 정부도 이런 잠복 결핵환자까지 모두 치료 대상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 환자와 접촉한다고 모두 걸리는 것은 아니고 통상 면역력이 약한 25~30%만이 감염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주 이상 기침하거나 체중이 줄고 잘 때 식은땀을 흘리면 결핵을 의심하라"며 "특히 당뇨병 환자들은 결핵에 취약해 정기적인 결핵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핵(結核)

1882년 독일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처음 결핵균을 발견했다.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때 결핵균이 침방울로 공기 중에 퍼져 주변 사람들의 폐에 들어가 감염시킨다. 접촉자의 25~30% 정도가 감염(잠복 감염)되고, 감염된 사람 중 5~10%가 결핵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