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TALK] 글꼴에도 복고 바람

    입력 : 2013.02.01 03:03

    경기문화재단 문화자원봉사단의 ID카드 디자인. /컷 코너스 제공

    글씨에도 '복고(復古) 바람'이 분다. 옛 간판이나 포스터에 쓰였던 것처럼 오래된 느낌이 나 친근하면서도 세련되게 디자인한 글씨들이 타이포그래피(글꼴 디자인)의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홍단'은 지난해 '손글씨를 다시 쓰다' 프로젝트를 통해 매달 하나씩 새 서체를 발표했다. 2009년부터 오래된 간판 등에서 수집해온 글씨를 바탕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글꼴들이다. '불불불 불조심' 입간판에 썼던 글씨는 '불불불체', 세탁소 간판 글씨는 '크리닝체'가 됐다.

    '홍단'은 올해 이렇게 만든 12개의 글꼴로 매달 낱장 달력을 만들어 무료 배포한다. "(간판 등) 손맛이 살아있는 옛 글씨들이 사라져가는 게 아쉬워서 사진을 찍고 서체를 만들었어요. 디자인한 글씨를 널리 공유하기 위해 달력 배포를 시작했지요." 홍단 반윤정 대표의 말이다.

    그래픽디자이너 박정원은 옛 느낌을 담은 글씨체를 와인 라벨 등에 넣었다. "글씨를 반듯한 정사각형·직사각형이 아니라 약간씩 비뚤어진 사각형으로 디자인하고 획의 각도에도 변화를 줘서 손으로 만든 옛날 간판 같은 느낌을 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디자인페스티벌 관람객들의 '인상적이었던 디자이너·디자인 회사' 투표에서 디자이너 부문 1위에 올랐다.

    전업사 간판 글씨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스튜디오 홍단의‘칵테일 레시피’(왼쪽), 박정원의 와인 라벨. /스튜디오 홍단·박정원 제공
    디자이너 장정은·김나래·홍정화가 운영하는 '컷 코너스'도 옛 느낌의 서체를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가수 사이의 첫 콘서트 '화전민의 노래' 포스터 디자인이 대표적인 경우. "스스로의 음악을 '유기농 펑크 포크'라고 소개하는 뮤지션이다. 키치(속물스러움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 느낌에 맞춰 약간 오래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디자인했다." 목공·조명 등의 디자이너들이 모여 고객 맞춤형 물건을 만들어주는 '길종상가'는 최근 일력(日曆)을 제작·판매했다. 큼지막한 날짜 아래 그래픽디자이너 신동혁이 디자인한 '길종상가' 글씨를 넣었다.

    그래픽디자이너 박금준(601비상 대표)씨는 "정형화한 활자가 넘치는 상황에서 비(非)정형 활자가 추억·유머 코드와 맞물려 주목받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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