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미 헤리티지재단·한반도선진화재단·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은 북한 급변 사태와 관련한 대응책이었다. 회의에 참가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해 한국은 물론 미·중·일·러 등 주변 강국이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한·중 협력해 북 급변사태 막아야"
위샤오화(虞少華)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급변 사태로 붕괴할 경우 한국이 급작스럽게 통일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입장에선 이런 방식의 통일의 대가가 너무 크고 다 부담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지 않도록 한·중이 △냉전 체제의 부상 방지 △6자 회담 재개 △남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개발 관계 증진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오후지(趙虎吉) 중국공산당중앙당교 교수는 선군정치 표방 등으로 인한 북한 개혁 개방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체제가 불안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김정은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김정은이 젊었을 때 3년간 해외유학에서 선진적인 정치·경제·사회·문화를 경험했다"며 "김정은이 개혁 개방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의 노선을 계속 따르면 어떤 위험성이 있을지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 양국은 전면전과 현재 분단 체제 유지, 도발에 대해선 준비됐지만 북한의 붕괴에 대해선 준비돼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벨 전 사령관은 "(이에 대비해) 동맹국들은 준비 태세를 유지해 전면적 억지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면서 "군사적 역량을 먼저 고려해 한·미 모두 군 예산을 삭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은 "3대 권력 세습은 개혁 개방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이 붕괴하지 않도록 막은 것은 한국의 종북(從北)주의자와 중국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차관은 "현재까지 중국은 북한을 국가 안보적으로 완충 지역으로 보고 북 정권이 붕괴하지 않도록 힘써 왔다"며 "이제 중국은 (북한 붕괴에 대해) 냉정하게 그들의 손익 관계를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급변 사태로 붕괴할 경우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 관계가 최고조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벨 전 사령관은 "중국이 북한 안정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북한을 점령했을 때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과 개발 중인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미·중이 어떤 식으로 협의해 처분할지도 논란거리다. 김석우 전 차관은 "(북한의 돌발 상황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게 유용하다"며 "6자 회담도 좋은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中 "북한 급변사태시 주변국가 개입은 내정간섭"
이에 대해 판전창(潘振强) 중국 개혁포럼 수석고문(인민해방군 전 소장)은 "북한도 역시 유엔의 회원 국가"라면서 북한 급변 사태시 주변 국가의 개입을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승인된 (동맹군의) 개입이 있더라도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부 북한 주민이 저항할 수 있고 파편화된 내전이 생길 수 있다. 남한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