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6일 밤 일본 쓰시마 가이진(海神)신사에서 국보급 불상인 '동조여래입상(일본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거의 같은 시간 쓰시마섬 관음사에 있던 '관세음보살좌상(나가사키현 지정 유형문화재)'도 없어졌다. 동조여래입상은 통일신라시대(8세기) 때, 관세음보살좌상은 고려 말(14세기)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예술품이다.

이렇게 사라진 불상 2점이 석 달여 만인 지난 1월 22일 바다를 건너 경남 마산의 허름한 창고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국내 문화재 절도단이 작년 10월 8일 후쿠오카 하카타항에서 여행가방에 훔친 불상 2점을 담아 부산행 국제여객선을 타고 부산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한 것이다. 절도단은 부산에서 정면으로 세관 통관을 시도했고, 부산항 문화재 감정관실은 '골동품이 아니라 위작'이라며 별다른 제지도 없이 통과시켰다.

경찰이 29일 공개한 통일신라시대 동조여래입상(왼쪽)과 고려 말 제작된 관세음보살좌상. 지난해 10월 일본 쓰시마(對馬)의 한 신사와 절에서 도난당한 뒤 국내에 반입된 것을 경찰과 부산본부세관이 회수해 이날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대전경찰청은 쓰시마에서 신라~고려시대(추정) 불상 2점을 훔치고 국내로 반입해 판매하려 한 혐의로 절도단 총책인 김모(69·동종 전과 13범)씨를 구속하고, 자금책 강모(52)씨 등 공범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달아난 김모(50)씨 등 일당 4명을 추적 중이다. 이들은 같은 날 쓰시마의 또 다른 신사에서 대장경도 훔쳐냈지만, 국내 반입 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훔친 불상을 국내로 반입하는 것은 수월했다. 이들은 후쿠오카 하카타항에서 국제여객선을 탔고 부산항에서도 불상을 숨기지 않고 정식으로 통관절차를 밟았다. 문화재 감정관실은 두 불상에 대해 '100년이 안 된 위조 골동품'이라고 판정했다.

국내에서 이 불상에 주목하게 된 것은 사건 발생 2개월 뒤인 작년 12월 중순 일본 정부가 불상의 도난 사실을 우리 정부에 알리고 수사를 요청한 이후다.

회수한 2점의 불상은 사건이 끝날 때까지 문화재청이 보관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우리가 만든 문화재라고 해도 (일본에) 약탈당한 물건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소유권이 있는 일본에 반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