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어른이 된다는 건 외로움을 알아가는 것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3.01.29 03:02

    문라이즈 킹덤

    웨스 앤더슨 감독의 '문라이즈 킹덤'은 어느 화면에서 정지 버튼을 눌러도 세밀하게 그린 수채화 같다. 이 그림들이 모여 어른들을 위한 아름답고도 슬픈 동화책을 만들어 낸다.

    배경은 1965년 가상의 섬 펜잔스. 1년 전 교회에서 단체로 연극을 보다가 샘(자레드 길만)은 까마귀 분장을 한 수지(카라 헤이워드)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고, 그 후로 열두 살짜리 소녀와 소년은 펜팔을 통해 감춰왔던 상처와 외로움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고아인 샘은 입양 가정을 전전하는 외톨이고, 수지 역시 문제아 취급을 받는 왕따다. 이들은 둘만의 아지트를 찾아 떠나고 수지의 부모님과, 샘이 소속돼 있는 카키 스카우트 대원들은 수색작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영화사 진진 제공

    이 동화 속 어른들은 고통을 드러내지 않으며 외롭게 살아간다. 수지의 아버지 월트(빌 머레이)와 어머니 로라(프란시스 맥도먼드)는 서로를 "변호사"라고 부르며 각자의 침대에서 자고 로라와 내연 관계에 있는 마을 경찰 샤프(브루스 윌리스)도 자기 연민에 빠져있다. 수지가 샤프를 "멍청하고 슬픈 사람"이라고 표현하자, 로라는 "멍청하진 않지만 슬프긴 하다"고 힘없이 말한다.

    샘과 수지는 외롭고 슬픈 어른들이 만들어낸 세상을 사랑과 모험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이들은 함께 섬을 탐험하고 야영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서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 둘은 세상에서 자신들을 분리시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사랑과 모험 이후에 이들은 더 이상 아이로만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린 시절의 달콤함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 씁쓸함을 보여주는 동화책에 가깝다.

    "오케스트라는 각 파트를 따로 연주하다가 이젠 다시 모인다. 나중엔 모든 악기가 함께 연주한다"는 해설과 함께 벤저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변주곡으로 첫 장면이 시작된다. 연기파인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등이 오케스트라의 악기처럼 조연으로 등장해 어른들의 단맛, 쓴맛을 다 보여준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멀리 있는 게 잘 보이잖아. 내가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아."("왜 망원경을 들고 다니느냐"는 샘의 질문에 대한 수지의 대답. 앤더슨 감독이야말로 아이들의 세계에 망원경을 들이대고 마술을 부린다.)

    #장면  모험은 실패했지만 사랑엔 성공한 이들의 마지막. 동정 없는 세상에 위안이나 희망을 줄 수 있단 것을 암시한다.

    #이런 분 보세요  아직 어른이 되는 게 무서운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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