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택 22%, 1급 발암물질 '라돈' 기준치 초과

조선일보
  • 박은호 기자
    입력 2013.01.25 03:00

    강원·전북·충청 특히 높아… 강원·전북, 10집 중 4집 '라돈' 위험수위
    WHO "전세계 폐암 발병 3~14%가 라돈 탓" 추정
    시중에서 '수동 측정기' 팔아… 환경공단 등 무료 측정 서비스

    전국의 주택 10곳 가운데 2곳에서 방사성 발암(發癌) 물질인 라돈(Rn)이 고농도로 검출됐다. 강원도와 충청도 일대 주택의 고농도 라돈 검출률이 특히 높았다.

    라돈은 화강암 같은 암반이나 토양·지하수 등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자연 발생적 방사성 기체로 세계보건기구가 '흡연에 버금가는 폐암 유발 요인'으로 지목할 만큼 위험성이 높은 1급 발암물질이다. 환경 당국은 "실내 환기를 되도록 자주 하고, 갈라진 벽 등 노후화한 집을 보수하면 라돈 노출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2년간 겨울철 기간에 전국 7885곳 주택 실내의 라돈 농도를 측정한 결과 이 중 1752곳(22.2%)에서 환경 기준을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고 24일 발표했다. 국내 라돈 환경 기준은 미국과 같은 공기 1㎥당 148Bq(베크렐·방사성 물질의 농도 측정 단위)이다.

    라돈의 환경 기준 초과율은 화강암 지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강원도가 조사 대상 주택 424곳 중 178곳(42%)으로 가장 높았고 전북(40.7%)과 대전(31%), 충남(30.6%), 충북(30.2%)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의 환경 기준 초과율은 8.6%로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중 울산(7.2%) 다음으로 낮았다. 주택 유형별로는 단독주택의 초과율이 33%로 가장 높았고 연립·다세대(14.4%), 아파트(5.9%) 순이었다. 환경과학원 서수연 연구사는 "환경 기준인 148베크렐 농도의 라돈에 평생 노출될 경우 인구 1000명당 23명 정도가 폐암에 걸려 사망하는 것으로 미국환경청(EPA)은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돈은 색깔, 냄새, 맛이 없기 때문에 고농도 라돈에 노출돼도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유해성이 큰 물질이다. 호흡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 라돈은 몸속에서 붕괴를 일으키면서 폐 조직을 파괴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흡연자가 고농도의 라돈에 노출되면 비흡연자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토양이나 암반에 있는 라돈이 주택의 벽이나 바닥 등의 틈새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기 때문에 실내·외 공기 유통이 잘 되는 황토 흙집 등이 라돈에 노출될 위험성이 더 큰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서수연 연구사는 "황토집 같은 경우 라돈의 유입뿐 아니라 유출도 잘 되기 때문에 다른 주택에 비해 위험성이 크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폐암 발생의 약 3~14%가 라돈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환경청 조사에 따르면 라돈으로 인한 미국의 연간 사망자는 2만1000명 수준으로 음주운전(1만7400명)이나 돌연사(8000명), 익사(3900명) 등보다 많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은 이 같은 라돈의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어 주택을 사고팔 때 라돈 농도 측정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라돈 농도가 얼마인지 알려면 시중에서 '라돈 수동 측정기'를 구입하면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 환경보건정책팀(032-590-4733)이나 생활환경정보센터 홈페이지(www.iaqinfo.org)를 통해 신청하면 무료 측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라돈(Rn)

    화강암 같은 암반이나 토양·지하수 등에서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자연 발생적인 방사성물질. 호흡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폐 조직을 파괴한다. 냄새·맛·색깔이 없어 평상시 노출 여부를 알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發癌)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환경기준을 넘는 라돈에 평생 노출되면 1000명당 23명이 폐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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