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싸우지 말고 웃어, 그녀가 보고 있잖아!

조선일보
  • 신정선 기자
    입력 2013.01.24 03:06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6·25전쟁 중 인민군 포로를 실은 국군 호송선이 난파한다. 배에 탔던 6명은 무인도에 고립된다. 국군 둘, 인민군 넷. 양편이 살기등등하게 싸워야 할 판인데 실제로는 딴판이다. 다들 깔끔·깨끗·단정한 매무새와 단란한 분위기를 연출하느라 바쁘다. 왜? 여신님이 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작 한정석·연출 박소영)는 어떤 상황도 이겨나가게 하는 희망의 가치를 노래한다. 난파선을 고치기 위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기술자 순호에게 거는 주문이었던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억지 장단에 맞춰가던 나머지 군인에게도 신비한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간다. '예쁘고 성격도 좋고 몸매도 훌륭하신 여신님'에 대한 거짓 믿음은 가슴 깊이 묻어둔 각자의 '여신'을 발견하게 한다. 짝사랑하던 동네 누나, 평양 기생학교에 들어간 여동생, 북(北)에 계신 오마이, 남(南)으로 가버린 아바이…. 그들에게 차마 못 했던 고백, 끝내 못 지킨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군인들은 섬을 떠나려 뜻을 모은다.

    뮤지컬‘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모든 이의 가슴에 품고 있는 희망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극단 연우무대 제공
    '여신님'은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장점을 고루 갖췄다. '빨래' '식구를 찾아서'처럼 이야기가 조밀하고 탄탄해 연극적인 재미가 강하다. 110분 길이의 작품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까지 40분이 걸려 시동이 다소 늦다 싶다. 하지만 일단 이륙한 후에는 연기, 안무, 유머의 날개를 달고 매끈하게 날아간다. 소극장에서만 전할 수 있는 미세한 표현을 제대로 살리는 이준혁·임철수·최성원 등의 호연도 돋보인다.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3월 10일까지, (02)744-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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