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마리화나 합법화'의 이면

    입력 : 2013.01.22 23:30

    임민혁 워싱턴 특파원
    얼마 전 백악관 근처 라파예트 광장에서 다소 특이한 구경거리가 펼쳐졌다. 마리화나(대마초) 잎 모형으로 만든 모자를 쓴 두 명의 젊은 여성이 "마리화나 규제를 완전히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마리화나를 직접 피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구경꾼들이 모여들자 곧 경찰이 다가와 "3분의 시간을 줄 테니 철수하라"고 했다. 워싱턴DC에서 마리화나는 의료용 외에는 불법이지만, 경찰은 이들에게 경고만 줬을 뿐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달 초 콜로라도 덴버에서는 미국 최초의 '마리화나 클럽'이 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입장료 30달러를 내면 직접 가져온 마리화나를 피우며 춤도 추고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콜로라도주는 워싱턴주와 함께 지난해 11월 선거를 통해 '오락 목적'의 마리화나 흡연까지 합법화했다. 콜로라도주와 워싱턴주 곳곳에선 오락용 마리화나 합법화 조치가 시행된 첫날 0시에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몰려나와 마리화나를 피우며 환호성을 질렀다.

    '마리화나 합법화'는 요즘 미국을 달구고 있는 이슈 중 하나이다. 20여개 주에서 오락용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트위터 퀸' 레이디 가가와 모건 프리먼 등 유명 연예인들도 마리화나 예찬론을 펼치며 가세했다. 각종 조사에서는 '마리화나 합법화 찬성' 여론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미국의 주법(州法)보다 상위인 연방법은 여전히 마리화나를 불법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연방정부도 각 주의 마리화나 합법화 움직임에 굳이 제동을 걸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최근 인터뷰에서 "국정의 우선순위 관점에서 볼 때 지금은 연방정부가 마리화나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마리화나 합법화와 관련해선 "술·담배보다도 해악(害惡)이 적다"는 등의 논리가 등장하지만 이는 부수적인 얘기일 뿐이다. 결국 이 역시 요즘 미국 사회의 대다수 어젠다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돈 문제'로 수렴된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해서 세금을 매기고 단속 비용을 아낀다면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주정부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토연구소에 따르면 마리화나에 알코올이나 담배에 준하는 세금을 매기면 연간 100억달러(약 10조5000억원)의 세수(稅收)를 추가로 거둘 수 있고, 또 9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이르는 단속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당국 입장에서는 솔깃할 만도 하다.

    하지만 돈 문제 때문에 '마약 합법화'가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수는 없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마약·도박 등 '악(惡)의 산업'에 대한 규제가 자꾸 느슨해지는 것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마리화나의 빗장이 풀리면 그다음에는 "더 중독성이 강한 마약도 허용하자"는 주장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미 "모든 마약을 합법화하면 연간 430억달러(약 45조4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조사가 나와 있는 걸 보면 이를 단순한 기우(杞憂)로 치부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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