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권의 무차별적인 엔화 가치 절하(切下) 정책에 대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은 이웃 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것으로 IMF 원칙에 반(反)한다"고 경고했다. 독일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일본 새 정권의 정책을 크게 염려한다"고 말했고,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일본에 무역 보복을 경고하라고 미국 정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시절인 작년 11월 "집권하면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엔화 가치는 달러·유로 등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8~12% 안팎 떨어졌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먼저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해 5년째 실행 중이고, 2010년부터는 유럽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에 일본이 금융완화 정책을 뒤쫓아 시행하자 세계는 온통 환율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서 누가 누구를 탓할 수도, 거기에 제동을 걸기도 힘들다. 20개국 정상회담(G20) 등에서 말로는 '인위적인 통화 절하를 하지 말자'고 합의하곤 했지만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대부분의 나라가 자국(自國) 경제 회복에 골몰한 나머지 국제적 합의를 지키거나 다른 나라 사정을 배려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게 오늘날 세계경제의 현실이다.

아베 정권이 엔저(円低) 정책을 1년 이상 밀고 나가면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당장 전자·자동차·석유 등 주요 수출 상품의 경우 엔화 약세로 가격이 내려간 일본산 제품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일본 제품과 다퉈온 중소기업의 수출은 훨씬 직접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엔화는 떨어지는데 우리 원화가 상승하면서 국제투기자금(핫머니)이 유입되는 조짐도 뚜렷하다. 작년 말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한 후 부쩍 늘고 있는 핫머니가 어느 통로로 들어오는지 지켜보며 언제든 통제 장치를 가동할 대비를 해둬야 한다.

미국·유럽이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하자 덴마크는 마이너스 금리제를 처음 도입했고 스위스는 외환보유고를 2008년 469억달러에서 2012년 11월 5262억달러로 4년 새 11배 이상 늘리며 자국 통화의 상승을 막았다. 우리도 엔화는 물론이고 중국 위안화 변동 추세까지 관찰하며 비상시엔 금리 인하, 통화 확대 공급, 외환보유고 증액 등 다각적인 대책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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