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7일 4대강 사업으로 완성된 16개 보(洑) 가운데 15군데에서 강바닥이 파여나가는 걸 막기 위한 바닥 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됐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또 제방 높낮이에 따라 준설 깊이를 달리해야 하는데도 물 부족 대비를 명분으로 4대강 전체를 일률적으로 4~6m 깊이로 준설하는 바람에 예산 낭비가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영산강은 1000t급 여객선이 지나다니게 수심 5m로 준설했으나 정작 하류 쪽 갑문은 100t급 선박만 통과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4대강을 유지 관리하는 데는 국토부가 확보한 예산보다 10배가 넘는 연간 2800억원이 든다고 추정했다.

한 나라 주요 하천 모두를 22조원이나 되는 국민 세금을 들여 대통령 한 명의 임기 내에 정비한다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하천의 구조 변경은 민감한 생태 변화 때문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4대강 수질도 보를 쌓고 나면 수량이 풍부해져 좋아진다는 주장과 물 흐름이 정체돼 나빠진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수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가동보는 국내선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4대강 가운데 어느 한 곳을 골라 시범 사업을 벌인 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없는지, 예상 못 한 부작용은 없는지를 따져가며 다른 강, 다른 구간으로 확대해가는 것이 맞는 순서였다.

이명박 정부는 반대 전문가들 지적엔 귀를 닫고 예비 타당성 조사, 환경 평가 같은 절차를 건너뛰거나 약식(略式)으로 하면서 무슨 돌파 작전이라도 벌이듯 사업을 밀어붙였다. 사업 초기에 수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자 급작스레 수질 개선 사업을 추가하느라 14조였던 사업비가 22조로 늘었다. 돈을 조달하느라 수자원공사를 끌어들여 채권 8조원을 발행토록 하는 무리수도 뒀다. 80여개 공구의 입찰을 공구당 설계비가 수억~수십억원 드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한꺼번에 진행하다 보니 건설업체들이 설계비를 감당하지 못해 담합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4대강 사업은 이 정권에서 '대통령 사업'으로 통해 성역(聖域)처럼 취급됐다. 정부 내 누구도 토를 달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감사원은 관련 기관·개인에게 주의 처분을 내리고 비리가 확인된 12명은 징계토록 했지만, 4대강 졸속·과잉·부실 공사의 근본 책임은 임기 내에 기념비(紀念碑)로 삼을 토건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완성하려 했던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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