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중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일정을 나흘 당겨 18일 급거 귀국한다. 15일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내용에 충격을 받아서다. 외교통상부는 조직 개편에 따라 통상교섭본부를 통째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겨야 한다.

외교부는 16일에도 온종일 이 문제로 술렁거렸다. 모이기만 하면 조직 개편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재외공관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이 본부로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인수위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외교관들도 적지 않았다. 외교관 A씨는 "외교부에 신설된지 15년이 지나 화학적 결합이 끝난 조직을 통째로 들어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특히 현재 통상교섭본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엑소더스(탈출)'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교섭본부의 외교관 B씨는 "우리는 외교관으로 일하기 위해 외교부에 들어온 사람들인데 인수위의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일반 공무원으로 전직(轉職)해야 하느냐"고 했다. 현재 외교부 본부 직원은 900여명이며 이 중 통상교섭본부 소속이 150여명이다.

외교부 직원들은 유민봉 인수위 총괄간사가 15일 브리핑에서 "통상 부분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함으로써 통상 관련의 전문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외교관 C씨는 "통상교섭본부가 협상을 도맡아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 크고 작은 협상을 통해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한 측면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07년 한·미 FTA가 타결될 때 당시 카운터파트인 콘디 라이스 국무장관과 매일같이 통화하며 협의할 정도로 정무·통상 간의 유기적 협조가 중요하다"며 "15년 동안 뿌리를 내린 조직을 뽑아내는 데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인수위의 이번 조치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최원목 교수는 "이제는 산업정책 위주로 통상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에서 떼어내고 싶으면 차라리 미국의 USTR처럼 독립된 기구로 만드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외교부의 반발에 대해 외교관으로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국익을 위해선 산업을 잘 아는 부서가 교섭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과 EU 등 통상 부문 비중이 큰 곳을 제외하면 통상과 무역이 분리된 나라도 거의 없다고 했다. 지경부 권평오 대변인은 "인수위에서 밝힌 취지와 같이 교섭과 그에 따른 사후 대책을 한곳에서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