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법률이나 정부 정책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심사하는 곳이다. 대법원과 함께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국가 권력의 남용을 막아내는 최종 보루(堡壘)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하면 이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는 통상적으로 여당과 야당이 각 1명, 여당과 야당 모두가 별다른 이견(異見)이 없는 1명을 추천한다.

헌법재판관 9명은 이처럼 추천자가 다르기 때문에 추천하는 주체(主體)에 따라 정치 성향과 이념 성향이 다양하다. 재판관들은 여야가 대립하거나 이념적인 사안에 대해선 자신의 법적 판단과 추천자의 성향을 반영하는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구성 자체가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헌재의 책임자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원만히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격과 자질, 특히 통합적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필수 요건이다. 헌재 소장으로 보수적 인사가 추천되든 진보적 인사가 추천되든 성향이 다른 측으로부터 반대가 있기 마련이다. 헌재가 정치적·이념적·법리적 판단이 다른 사람들로 구성되는 이상 헌재 소장과 이념 성향이 다른 사람들의 비판과 반대는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비판은 소장으로서 결정적 흠결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법률적 견해 차이가 아니라 동료 재판관들의 인간적 신뢰를 확보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금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에 대해선 법률 해석 차원이 아닌 여러 의혹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장 시절 송년회를 앞두고 삼성전자에 경품 협찬을 요구했다', '헌법재판관 때 승용차 홀짝제 운행이 시행돼 승용차를 이틀에 한 번밖에 못 타게 되자 관용차 한 대를 더 요구했다', '자기가 외부에서 할 개인 강연 준비를 헌법연구관들에게 시켰다'는 내용들이다. 이런 의혹들은 이 후보자의 동료로서의 처신과 지금까지 법조계에서 쌓아온 법관 상호 간의 인격적 존중, 개인 사생활의 뒷마무리 같은 자기 관리 능력이나 품성과 연관된 문제다.

만일 이 후보자가 헌재를 이끌어갈 헌재 소장이 아니라 헌재 재판관 후보라면 다소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소장 후보라면 자격 요건을 좀 더 따질 수밖에 없다. 이 후보자는 오랜 판사 경력과 지난 6년간 헌재 재판관 전력(前歷)이 있어 법조계에선 그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만큼 이뤄져 있다. 임명권자가 사전에 법조계의 여론을 어느 정도만 들었더라도 일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헌재 소장 청문회에서 여당이 덮어놓고 이 후보자를 감쌀 것도 없고 야당이 자기네와 성향이 다르다고 무조건 인신공격으로 나와서도 안 된다. 가급적 선입관이나 편견을 배제하면서 냉정하게 따져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나면 다음 대통령이 시간을 갖고 더 나은 적격자를 고르면 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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