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소파는 '개집 소파'입니다

    입력 : 2013.01.16 03:04 | 수정 : 2013.01.16 09:48

    아세요? '펫 디자인'
    다리에 밥그릇 달린 식탁의자, 고양이 놀잇감이 된 실내장식
    반려동물 위한 디자인 새 흐름

    많은 가정에서 동물은 이제 어엿한 가족이다. 사람의 편리나 즐거움을 위해 기르던 동물이 삶의 동반자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동물들을 수식하는 말도 사람의 시선을 중시한 '애완(愛玩)'에서 동등한 관계를 강조하는 '반려(伴侶)'로 점차 바뀌고 있다.

    현대인의 삶 깊숙이 동물들이 들어오면서 의류나 액세서리 등 동물을 위한 디자인 제품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동물 자체보다는 동물을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디자인계에서는 단지 동물을 예쁘게 꾸미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용하도록 한 작품이 주목받는 추세다. 공유(共有)를 통해 사람과 동물의 교감을 증진하는 디자인이다.

    (위)개집과 의자를 겸한‘해필리 에버’, (아래)팔걸이·등받이에 고양이 굴을 만든‘캣터널 소파’.
    지난해 말 해외 디자인 웹진 '디자인붐'은 한 해 동안 독자 반응이 가장 많았던 10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김민기의 '도그 하우스 소파'를 선정했다. 말 그대로 '개집 소파'인 이 작품은 사람이 앉는 자리 옆에 강아지들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 '개집'의 윗부분은 책·컵 등을 놓는 테이블이나 팔걸이가 된다. 문승지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어느 집에나 있는 소파를 사람과 동물이 소통하는 매개체로 활용한 작품"이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강아지를 길렀다는 그는 "내가 기르는 동물도 내 가족이니까, 가족이 함께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문승지는 디자이너 이강경·박용재와 함께 '캣 터널 소파'를 선보이기도 했다. 소파의 등받이와 팔걸이 부분에 고양이가 드나드는 굴을 설치한 작품이다. "고양이가 어두운 곳을 좋아하잖아요. 디자인하는 동안 고양이를 직접 기르며 관찰했고, 수의사나 동물 전문가들의 조언도 받았습니다."

    (왼쪽)개집을 설치한‘도그 하우스 소파’, (오른쪽)다리에 동물 밥그릇을 설치한 의자. /롯데갤러리·문승지·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박종덕의 '롱 테일'은 캣타워(다양한 높이의 선반 등을 설치해 고양이가 오르내리게 한 기구)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가지가 굽은 나무를 닮은 이 작품은 고양이의 놀잇감이면서 사람이 사는 공간을 꾸미는 실내 장식의 역할도 하도록 디자인했다. 고양이가 다니며 노는 선반에는 다양한 표정의 고양이를 금속으로 디자인해 붙였다.

    김현주의 '해필리 에버'는 개집을 겸한 1인용 의자다. 사람이 앉는 의자의 속을 비워 강아지가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작가는 "의자에 앉은 사람이 강아지를 한번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이야기도 건네기 쉽도록 했다. 이런 스킨십을 통해 동물과의 관계가 더 친밀해질 것"이라고 했다.

    고양이 놀잇감과 실내 장식 겸한‘롱 테일.’
    조은교가 디자인한 의자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식사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겸상(兼床)이 아니라, 식사라는 행위를 동시에 한다는 아이디어다. 식탁 의자의 다리 중 하나에 동물이 쓰는 밥그릇을 달았다. 사람이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을 먹는 동안 동물도 주인의 발치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이순인 국제산업디자인협회(ICSID) 회장은 "동물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이 변하면서 이런 디자인이 주목받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물을 단지 관상용으로만 생각하던 예전과 달리 동물과 인간의 공존, 어울림을 강조하는 게 최근의 세계적 추세"라며 "사람과 동물이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디자인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