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여성 임원 5년 내 30%', 첫발 떼는 게 중요하다

조선일보
입력 2013.01.14 23:30

여야 국회의원 62명이 공기업과 준(準)정부 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을 5년 안에 30%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1990년 31.9%에서 2010년 80.5%로 높아져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같은 기간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9%에서 54.5%로 늘었을 뿐이다. 30개 회원국 중 꼴찌에서 셋째다. 한국 여성들은 세계 어느 나라 여성보다 더 많은 교육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쌓은 역량(力量)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채용 장벽을 가까스로 넘어도 승진 장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고시(考試)나 기업체 입사 시험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지만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문은 바늘구멍만 하다.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3.7%,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48%에 불과하다. 공기업 여성 임원은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노르웨이는 주요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이 39.5%, 스웨덴은 27.3%, 미국은 15.7%다. 한국의 미래는 고급 여성 인력의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그러려면 정부·기업·사회가 모두 여성의 출산·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능력 있는 여성을 좌절하게 만드는 '유리 천장(Glass Ceiling)'을 걷어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노르웨이는 2003년 세계 처음으로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해 오늘의 성과를 이루었다. 프랑스도 2010년 할당제를 도입해 2년 만에 여성 임원 비율이 12%에서 22%로 상승했다. 우리 현실에서 '5년 내 30%'는 무리한 목표가 아니냐는 비판론이나 비관론이 있을 수 있지만, 설령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지라도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뜻을 모으고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에게 특혜를 주지 않아도 보직과 승진, 평가에서 공정한 경쟁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 여성들은 대한민국의 다음 도약(跳躍)을 이끌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