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5] 원숭이, 말할 수 있나?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3.01.14 23:30 | 수정 2013.03.05 11:44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1960~1970년대에 인기였던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에선 언어를 구사하는 원숭이들이 벙어리가 돼버린 인간들을 지배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인간은 사자보다 약하고, 치타보다 느리고, 독수리처럼 날지 못하지만 큰 뇌와 언어를 사용해 도구들을 개발하고 서로 간에 협력 시스템을 개발해 지구를 지배하게 됐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왜 인간만 말을 할 수 있는가? 인간과 유전자가 95~99% 같은 원숭이들은 정말 언어를 구사할 수 없는 걸까?

    언어는 좌뇌 측두엽(temporal cortex)에 자리 잡고 있는 브로카(Broca)와 베르니케(Wernicke) 영역들을 통해 처리된다. 브로카 영역이 망가지면 언어를 이해는 하지만 문법적으로 구성을 못하고, 거꾸로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될 경우 유창하긴 하지만 뜻과 의미가 정상적이지 않은 난센스 말들을 한다.

    뇌는 생후 10~12세까지의 결정적 시기에 경험한 언어 위주로 신경회로망들이 최적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만약 어린 시절에 언어를 듣지 못한다면 영원히 정상적인 언어 구사를 할 수 없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결국 갓 태어나 버려져 늑대들 사이에서 자란 후 로마를 설립했다는 로무룰스와 레무스 이야기는 전설일 뿐인 것이다.

    수화법 학습 중인 침팬지 '님 침스키'.
    실제로 호기심 많기로 유명했던 13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프레데릭 2세는 인간이 언어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지 궁금해했다. 그는 농부들의 갓 태어난 아이를 납치해 고립된 곳에서 벙어리 양부모들이 키우게 했다. 황제는 인간의 말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신(神)의 언어인 히브리어를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물론 아이들은 정상적인 언어 능력 자체를 가지지 못했다.

    그럼 거꾸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게 언어를 가르쳐 준다면 어떨까? 1970년대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어린 침팬지 한 마리를 인간같이 키우며 수화법을 가르쳐 보았다. 말은 유일하게 인간만 할 수 있다고 주장한 20세기 최고의 언어학자 놈 촘스키(Noam Chomsky)의 이름을 따 '님 침스키(Nim Chimpsky)'라고 불린 이 원숭이 실험 결과는 명확했다. 님 침스키는 수화법을 통해 단순한 의미를 표현할 뿐 언어 구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문법적 의미 전달은 결국 해내지 못했다.

    대부분의 뇌과학자는 인간 뇌의 회로망만 유일하게 언어를 배우고 구성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만이 서로 말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과학기술과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어'라는 이 진화적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은 동시에 인간들 사이에 오해와 불안·불화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에 책임 있게 사용해야 하는 정말 위험한 도구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