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초점] 아버지의 마지막 일주일

조선일보
  • 김영수 조선경제i 대표
    입력 2013.01.13 23:30 | 수정 2013.02.06 15:10

    갑자기 찾아온 급성 혈액암 판정 항암 치료 위해수십 개 링거 맞고
    병원 1인실로 옮겨 마지막까지 검사… 치료·처방 적절한지 알 수 있었으면

    김영수 조선경제i 대표
    지난해 10월 초, 아버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급성 혈액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식사만 하면 자꾸 체하고, 기운이 너무 없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가 '3개월 남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암 진단이 확정된 날, 가족들이 모였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다 해드리고, 남은 시간을 최대한 편히 지내시도록 결정했다.

    그 후 두 달 동안 아버지는 스테로이드 주사 덕분에 식사도 하고, 산책도 다녔다. 짧은 행복은 항암 치료가 시작되면서 끝났다. 수술은 불가능했고, 유일한 치료 방법은 항암 치료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항암 주사를 맞지 않기를 바랐다. 말기 암환자가 항암 주사를 맞고 회복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고, 오히려 독한 항암 주사를 견디지 못하고 더 빨리 숨진 사례를 여러 번 경험했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집에서 편히 가시는 게 좋았지만, 주치의는 병원에서 항암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항암 주사를 맞으면 하루라도 더 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항암 주사를 맞은 지 열흘 만에 아버지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폐에 물이 차기 시작해서 산소호흡기를 달았고, 항생제·수액·영양제·진통제 등 나중엔 이름도 모르는 링거를 수십 개 맞았다. 병원 측은 다른 환자에게 불편을 준다며 병실을 1인실로 옮기라고 했다.

    어머니는 담당 의사에게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수십 개의 링거와 주사를 처방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고통스러워 보여서 한 말이었다. 그러자 "말기 암환자는 약값의 5%만 내면 되니까 돈 걱정은 하지 말라"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엄청난 양의 링거액이 몸 안에 들어가니 아버지 몸은 퉁퉁 불었다. 들어간 약을 배출하기 위해 다시 이뇨제를 주사하고, 환자의 배설물로 기저귀와 환자복·침대 시트는 마를 날이 없었다.

    일주일 만에 마지막 고비가 왔다.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의사는 아버지가 그날 밤을 넘기기 힘들다며 가족들과 작별 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28일 오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그 마지막 4일간 아버지는 여전히 수십 개의 링거를 맞았고, 아침이면 X레이 촬영을 하고, 피를 뽑고 혈액 검사를 했다.

    주치의의 장담대로 병원비는 암 진단을 받기 전(前)보다 후(後)가 적었다. 그러나 병원비를 정산하는 마음은 편치 않았다.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를 많이 낭비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어서였다.

    그렇다고 의학적 지식이 없는 내가 "병원에서 과잉 처방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다. 담당 의사가 "최선의 치료를 했다"고 말하는데 무슨 근거로 반박할 것인가? 다만 상식적인 판단으로 '오늘 밤 아니면 내일 오전을 넘기기 힘들다'는 환자에게 영양제·항생제 처방은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삶의 마지막 고비를 병원이 상업적으로 이용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곧 돌아가실 분에게 관례적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검사나 시술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고통을 준다. 보호자들이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안 해도 될 검사가 너무 많다. 하지만 병원에서 의사는 갑(甲)이고, 보호자는 을(乙)이다. 환자나 보호자가 의사 처방을 문제 삼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의사가 항생제나 주사제를 남발해도, 무조건 배를 째고 애를 낳아야 산모가 안전하다고 말하면 누구도 안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은 것인지, 처방은 합리적인지를 알아볼 수 있는 객관적이고 친절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

    건강보험 재정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보험료부터 인상하지 말고, 돈이 새는 구멍부터 막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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