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이후 혼돈의 민주통합당을 이끌게 된 문희상(67) 비대위원장은 9일 "백척간두(百尺竿頭) 진일보(進一步)의 각오로 민주당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며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까지의 과정을 관리하면서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하는 과제를 맡게 됐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박기춘 원내대표는 문희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했고, 박수로 만장일치 선출됐다. 문 위원장은 "자다가 홍두깨를 맞은 격"이라며 10여초가량 고심하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 혁신을 위해 당내 전 계파를 아울러 소중한 자원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대선 평가위원회는 김한길 의원에게 맡기고, 문재인 전 대선 후보와 정동영 전 의장, 정대철 상임고문 등 자산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문희상(왼쪽) 의원이 박기춘 원내대표와 회의장에서 나오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내 486그룹과 일부 초·재선 의원이 박영선 의원 추대를 도모했으나 '대선 패배 책임론'을 내세운 반대 주장에 부딪혀 무산됐다. 마지막으로 문 의원과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거론됐으나 '비토 세력이 가장 적다'는 측면에서 문 의원으로 결론났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위원장이 박근혜 당선인과 가깝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문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거쳤고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5선 의원이다. 당내 친노(親盧)계, 구민주계 등과 두루 가깝고 비노(非盧) 세력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다.

문 위원장은 곧장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와 대선 과정에 대한 평가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10일에는 비대위원 명단도 발표한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대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문재인) 후보에게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그 책임이 결정적인지 아닌지, 당의 책임이 없는지는 대선 평가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안철수서울대 교수 측과의 연대에 대해 "새로운 세력을 자꾸 보충하면서 진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문 위원장은 이날 신임 사무총장에 재선의 김영록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을, 정책위의장에 3선의 변재일 의원(충북 청원)을 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