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공심장 이식 국내서 첫 성공

입력 2013.01.10 03:00 | 수정 2013.01.10 13:34

그의 심장은 멈췄지만… 그는 오늘 걷고 있다
숨이 차 제대로 못걷던 말기 심부전증 70대 환자
삼성서울병원서 이식수술 받고 4개월 만에 퇴원

그의 심장 박동은 멎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서 걷고 있다. 그의 가슴에 청진기를 갖다 댔다. 꿍꽝거리는 심박동이 들리지 않는다. 대신 '슥~' 하는 나직한 기계음이 들렸다. 인공심장 펌프가 돌아가는 소리다. 그 힘으로 꺼져가던 말기 심장병 환자인 그의 생명이 되살아난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이영탁 교수와 심장내과 전은석 교수 팀은 9일 "대동맥 판막 질환으로 말기 심부전증을 앓았던 환자 배정수(75)씨에게 지난해 8월 인공심장을 이식했다"며 "환자는 이후 정상적인 회복 과정을 거쳐 수술 후 4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걸어서 집으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배씨가 이식받은 인공심장은 '하트메이트(heartmate·심장 단짝)'란 제품이다. 인공심장 전문 제조사인 미국 소라텍(thoratec)이 만들었다. 심장 박동 핵심 역할을 하는 좌심실의 피를 파이프로 뽑아내어 모터 펌프로 돌려 대동맥에 피를 다시 돌려 넣어 전신(全身)에 뿌려주는 장비다. 현재 펌프는 환자의 횡격막 아래 복부 상단에 심어져 있다. 지난 2010년 미국의 전(前) 부통령 딕 체니가 이식받아 화제가 된 바로 그 인공 심장이다.

양옆엔 배터리, 배 앞에는 조종기 - 9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배정수(가운데)씨와 부인이 주치의인 심장내과 전은석(왼쪽)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국내 최초로 인공심장 수술을 받은 배씨의 양 옆구리에는 인공심장을 뛰게 하는 배터리가 달려 있고, 배 앞에는 인공심장의 압력과 속도를 체크하는 조종기가 채워져 있다. /이덕훈 기자
환자 배씨는 이날 오전 경기도 평택 자택에서 정기 검진차 삼성서울병원 심장센터를 찾았다. 양 옆구리에 권총 차듯 인공심장 작동 배터리를 몸에 매달고 걸어 들어왔다. 배터리 하나는 응급 사태 대비용이다. 배씨는 "그전에는 평지를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걷지 못했는데 지금은 하루에 계단 100개를 오르내린다"고 했다. 그는 "내가 첨단 의학의 수혜자가 될 줄은 몰랐다"며 "의료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씨는 수술 전 숨이 차서 화장실 갈 때만 빼놓고 거의 앉아 있는 생활을 해왔다. 나이가 많아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받을 수도 없었다.

집도의인 이영탁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임상 연구 목적으로 이식 수술 3건을 허락받아 시행한 첫 경우"라며 "앞으로 두 환자에게 더 이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트메이트는 기구 값만 1억1000만원이다. 임상 연구이기 때문에 기구 값과 수술비는 병원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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