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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합

"나만 몰랐어요, 날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 감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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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1.09 03:00 | 수정 : 2013.01.09 17:47

    [자살 高위험군 368만명… 목숨 끊으려했던 10명 인터뷰]

    "운동, 긍정적 생각, 상담을…죽을 각오라면 뭘 못하겠나"
    가정 불화·실연·왕따·가난… 그것들이 내 목숨보다 무겁진 않더라

    수면제 먹은 김모씨 - 치매·뇌성마비 가족 버거워… 걱정하는 남편 본 순간 참회했다
    군대서 자살시도 박모씨 - 여자친구 이별 통보에… 날 살리려던 전우 생생히 기억
    중학교 때 농약마신 김모씨 - 친구들이 집단으로 따돌려… 엄마의 위로가 날 일으켜 세워

    한국은 하루 평균 42.6명, 연간 1만5000여명이 자살한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응급실을 찾는 자살 시도자는 1년에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우울증 환자 등 자살 고위험군은 368만명이다(보건복지부).

    전문가들은 "절대 자살은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자살 시도자로부터 자살 결심 이유나 자살 시도 이후 삶의 변화 등을 듣고 분석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 1급 지체장애 아들과 함께 자살을 시도한 김모씨 가족이 서울 강동구의 자택에서 손을 맞잡았다. 김씨는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만 생각했는데 자살 시도 후 가족과 나를 아껴주는 사람,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지난해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 1급 지체장애 아들과 함께 자살을 시도한 김모씨 가족이 서울 강동구의 자택에서 손을 맞잡았다. 김씨는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만 생각했는데 자살 시도 후 가족과 나를 아껴주는 사람,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본지는 자살을 시도한 10명을 인터뷰했다. 죽으려다 살아난 이들은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자신과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자살 충동이 들면 가족 등 지인,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하라"고 조언했다.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김모(47)씨는 지난해 6월 자살을 시도했다.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70)와 뇌성마비 1급 지체장애인인 아들(21)과 함께 수면제를 먹고 연탄불을 피웠다가 남편의 신고로 목숨은 건졌다. 김씨는 "병실에 누운 시어머니와 아들, 걱정하는 남편을 본 순간 너무 후회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20년간 시어머니와 아들을 돌봤고, 15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 남편은 일을 그만둬 생활고가 심했다. 친정 식구들과 불화도 있었다. 병원에 가도 약만 처방해줬다. 김씨는 "그동안 약에만 의존했는데,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나만 몰랐어요, 날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군대에서 자살을 시도한 박모(26)씨는 자살 징후를 보이는 장병의 '대부(代父)'가 됐다. 2011년 이등병이던 박씨는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군대 화장실에서 면도칼로 손목을 그었다.

    의식을 찾은 직후 부대에서 각자의 이별 경험을 털어놓으며 위로한 동료들이 박씨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자살 시도 후 내 주위에 몰려들어 우왕좌왕하던 부대원 20여명과 '꼭 살아야 한다'던 의사들이 생생히 기억난다"고 말했다. 간부들은 박씨에게 "자살 징후가 보이는 장병을 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씨는 "나는 아주 뒤늦게야 '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자살 시도하기 전에 미리 알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 고교를 졸업하는 류모(19)군은 "인생을 두 번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초 가정 불화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5~6년 전부터 시작된 아버지와 동생의 갈등 때문이다. 류군이 중재자 역할을 도맡았다.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리던 류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수면제를 수십 알 삼켰다. 그는 "병원에서 깨어난 뒤 '내가 죽었으면 아빠와 동생 사이에서 엄마가 엄청 고생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미안했다"고 말했다. 류군은 "죽으려다 살아나니 삶이 값지다. '죽겠다'는 마음으로 못할 것이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왕따를 당해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려 했던 김혜민(27)씨는 청소년 상담사가 됐다. 자살에 실패한 김씨는 울면서 부모에게 왕따 사실을 털어놨다. 어머니는 "항상 응원하고 기도한다"고 격려했다. 김씨는 학교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려고 애썼다.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김씨는 "한번 자살 시도를 하면 여러 번 하게 된다"며 "자살에 실패한 뒤 상담이나 운동, 명상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살 충동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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