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복지 100조원 시대 연다

입력 2013.01.08 03:02

[기업 사회공헌 컨설팅 전문가 5인이 말한다, '2013년 CSR 트렌드']
'사회가 필요한 것' 찾기… 홍보·마케팅보다 중요
복지국가로 만들 수 있는 정부의 세제 개편 급선무
자선 아닌 투자 나선다면 기업 이익으로 돌아올 것

2013년은 향후 5년을 함께할 새 정부가 들어서며, '복지 100조원 시대'를 여는 해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 2002년 기업 사회 공헌(이하 CSR) 비용 1조원 시대가 시작된 이후, 양적·질적으로 확대되어온 국내 CSR 활동은 경제 위기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 '더나은미래'는 김기룡 플랜엠 대표,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장, 임태형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대표, 허인정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대표 등 국내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만나 국내 기업의 CSR 활동 평가와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기룡 플랜엠 대표
김기룡 플랜엠 대표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사회공헌 활동 아쉽다"

전략적인 사회 공헌이라는 주제가 공론화된 지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 실체가 없다. CSR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으며, 사회적 임팩트도 약하다. 전략적 사회 공헌은 사회적 가치와 기업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인데, 기업들이 기업 가치 창출에 무게를 더 두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대목이다. 사회 공헌에 흔히 사용되는 '진정성'이란 용어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홍보·마케팅도, 기업 가치 사슬 연계도 그다음 문제다.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보편적 복지 측면이 부각돼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정책으로 나타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부의 손이 미치기 전에 기업이 일종의 시범사업 형태를 시도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2000년대 초반 CSR의 화두가 결식아동이었다면 지금은 사회적 기업이다. 공부방이나 지역아동센터, 무상 급식 등 기업이 해오던 공헌 활동이 정부가 운영하는 형태로 바뀐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 향후에는 협동조합이나 지역 공동체 재생과 관련된 활동이 CSR의 새로운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유행에 따라 CSR의 대상과 분야를 자주 바꾸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하나의 문제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CSR을 활성화하기 위해 충분한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필요한 재원을 기업 스스로 확보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며, 숫자로 보는 금액과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과의 괴리도 줄여가야 한다.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장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장

"정부의 세제 지원 통해 진정성 있는 CSR 이끌어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발행은 지난 2007년도부터 2008년도까지 급격히 확산됐다. 우리 기업의 CSR 활동이 확산한 것도 이 무렵이다. 사회 공헌이나 고객만족경영, 윤리경영, 지배구조개선 등은 모두 지속가능경영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 이 틀을 바탕으로 CSR은 앞으로 좀 더 체계화, 전문화, 세분화될 것이다. 더 많은 전문가도 생겨날 것이다.

현재는 글로벌 경쟁시대이고,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 제품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브랜드 경쟁력, 이미지, 명성, 책임의 정도에 따라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한다. 경제 여건에 상관없이 사회 공헌 활동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CSR 활동이 결코 기업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국내 지속가능경영 분야는 대부분 기업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확산돼왔다. 지속가능경영 자체가 법적인 규제 사항이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 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원 정책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상위 200대 그룹 정도를 제외하면, 인식 확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업은 경영과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요구받는다. 이중적인 부담이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CSR은 한계에 직면한다. 세제 개편 연구 등을 통해 정부가 조세정책적으로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기업이 활발하게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국가 복지재원에 대한 부담도 줄어든다. 이제 우리나라는 복지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복지국가에서 요구되는 세제개편이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 복지 선진국에서도 이를 통해 진정성 있는 기업 사회 공헌을 이끌어내고 있다.

임태형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
임태형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

"기업 사회공헌과 경영 밀접하게 연결되는 추세"

2000년대에 들어 CSR과 관련된 새로운 사고와 방법이 국내에 연이어 소개됐다. 자선 중심의 사회 공헌 활동이, 전략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 변모했고,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와 기업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수단으로까지 여겨진다. 2011년 1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학 교수에 의해 소개된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 가치 창출)'라는 개념에 기초한 것이다. 이보다 앞선 2007년에 빌 게이츠가 강조한 창조적 자본주의도 같은 맥락이다. 빈곤층에 대한 기업의 자선과 투자가 그들의 소비로 이어져, 결국 기업 이익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 사회 공헌이 경영 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기업 사회 공헌의 중요한 축인 자원 봉사활동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각종 사회 문제가 심화하자 정부가 기업 임직원들의 자원 봉사활동을 촉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2008년에는 '10억달러의 변혁(A billion plus change)' 캠페인을 통해 기업이 프로보노를 통한 사회 공헌에 앞장서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금이 아닌 인재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기업 가치와 연계된 사회 공헌 활동을 유도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프로보노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들은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해왔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만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의 해결, 지역사회의 발전, 수혜자의 변화라는 목적을 되새길 수 있어야 한다.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대표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대표

"질적·양적 성장세 속 고도화된 CSR 활동 기대"

지난 5년간 국내 기업들은 CSR의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우선 CSR을 전략화하고 해당 활동을 공개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별도로 발간하던 지속가능보고서를 연차보고서와 통합하여 발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 봉사형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 자선적·시혜적 차원의 기부활동을 넘어서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핵심가치와 연계된 '테마형' 사회 공헌이 새로운 경향으로 부상하고 있고, 탄소나 물과 관련된 그린 비즈니스 개발도 늘고 있다.

CSR, 지속가능경영, 환경경영 등의 이슈가 경제상황에 좌우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오히려 경기 불황이 실용적이고 의미 있는 CSR의 등장을 유도할 수도 있다. 창조 경제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신정부의 등장도 CSR을 더 고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유지되어오던 CSR은 현재 규제가 수반된 기후변화 정책 및 제도로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 CSR에 대한 공감대를 재형성하고 정부, 기업, 투자자, NGO, 소비자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공유 채널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CSR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을 정의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허인정 더나은미래 대표
허인정 더나은미래 대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묻되 방식의 자율성 부여해야"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 CSR은 언론을 중심으로 한 사회 공헌 캠페인의 시대였다. 이후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기업의 대표 사회 공헌 프로그램들이 꽃을 피우는 시기가 됐다. SK '해피스쿨', CJ '도너스캠프', 네이버 '해피빈', 삼성 '우리아이희망네트워크' 등 좋은 프로그램이 모두 이 시기에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친기업문화가 강조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신규 사업도 잘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CSR, CSV, 친환경 등 여러 가지 키워드가 부침을 거듭했다. 이전에는 기업들이 비교적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을 했다면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정부 주도적인 움직임이 많았다. 미소금융재단, 사회적 기업, 교육 기부 정책 등이 그런 것이다. 이런 부분은 효율성과 사회적 임팩트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2013년부터는 기업이 사회적 진정성을 다시 고민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복지는 선택적인 것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기업은 경쟁 중심에서 동반성장 중심으로 변해가는 등 시대정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책임경영'에 대한 고민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사회 공헌의 협소한 의미를 넘어 윤리적인 경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CSR은 훨씬 세분화될 전망이다. 보다 전문적인 CSR이 아니면 효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보편적 프로그램들은 설 자리를 잃고, 특화된 프로그램들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2007년도 이후에 CSR이 암흑기를 맞은 원인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엄중하게 묻되, 방식에는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CSR 구현에 기업 고유의 색이 잘 드러나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트너가 되는 NGO들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 CSR을 확장한다는 의미는 연계된 파트너들 내부의 인재를 양성하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NGO의 투명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CSR의 투명성도 검증해 봐야 한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한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칭찬을 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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