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한국어로 대북(對北) 방송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신문의 지난달 28일 보도에 따르면 BBC월드서비스의 피터 호록스 총국장은 연초 영국 의회의 ‘대북정책 협의회(All Party Group on North Korea)’ 소속 의원들을 만나 대북방송 개설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북정책 협의회’는 이미 휴고 스와이어 영국 외무부 부장관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한차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9월 영국 정부는 ‘영국 정부의 비판적 대북 정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며 BBC 월드서비스를 북한에 송출하는 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BBC의 대북 방송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영국 외무부에 “BBC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해 북한 개방에 기여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북 관련업무를 하는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이 영국 외무부를 찾아 대북 방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영국 정부도 부정적 관점에서 벗어나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월드서비스는 단파와 인터넷을 이용, 전 세계에 27개 언어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어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 인디펜던트는 “BBC는 김정은이 지배하는 북한은 자국민이 해외 매체에 접근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기 때문에, 한국어 서비스를 하더라도 청취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영국 의회엔 ‘탈북자 2만5000명 중 14%가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을 청취하고, 11.6%가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듣는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제출돼 있다고 한다. 서비스를 시작하면 적지 않은 북한 시민이 방송을 청취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BBC가 최근 재정 악화로 월드서비스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정책 협의회’를 이끄는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 등은 BBC 한국어 방송을 위해 외부 자금을 모금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