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0~5세 전면 무상 보육 등 다른 예산을 늘리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등 가난한 사람들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예산 2824억원을 삭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급여'는 정부 지원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156만명이 병원에 갔을 때 진료비를 거의 내지 않거나 소액만 내고 치료를 받게 하는 제도다. 무상 보육 등 무상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이같이 빈곤층 의료 지원에 들어가는 돈은 대폭 줄인 것이다.

국회는 1일 정부가 신청한 의료급여 미지급금 지급 예산 4919억원 중에서 2224억원을 삭감하고 2695억원만 배정했다. 또 의료급여 예산에서 600억원을 추가로 삭감해 전체적으로 의료급여 예산 2824억원을 줄었다. 의료급여 미지급금 예산은 정부가 의료급여 환자들을 진료한 병원들에 그동안 지급하지 못한 돈을 갚기 위해 편성한 예산이다. 복지부는 "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2010년부터 병원에 주지 못한 '의료급여 미지급금'이 지난해 말까지 6000여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예산의 절반 가까이 삭감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급여 예산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층을 지원하는 돈이라 가장 먼저 배정해야 할 예산"이라며 "그런데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 등 예산을 늘리느라 빈곤층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 예산 삭감으로 시·도별 상황에 따라 올해 10월쯤이면 의료급여 예산이 바닥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급여 예산이 바닥나면 병원들은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외상'으로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진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이번에 의결된 복지부 예산 중에서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예산도 정부 예산안에 비해 3193억원 깎였다. 정부가 법에 정해진 건강보험료 지원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정부가 신청한 예산까지 대폭 삭감한 것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정부는 매년 건보료 수입 추정액의 20%를 지원해야 하나 매년 정부 지원금이 크게 밑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고로 14%를 충당하는 건강보험 정부 부담금이 줄면 건강보험료를 내는 2100만명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이 먼저 가야 하는데, 의료급여 예산과 건강보험 지원금을 삭감한 것은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급여

주로 저소득층에 국가가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기초생활수급자 140만명과 국가유공자·탈북자 등 모두 156만명이 대상이다. 근로 능력이 없는 1종 수급자는 진료비가 거의 무료이고, 근로 능력이 있는 2종 수급자는 진료비의 일부만 본인이 부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