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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일사일언] 사랑의 증표 '바지'

  • 한은형·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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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1.01 23:05

    
	한은형·소설가
    한은형·소설가
    아무래도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무서워했고,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다가 우리 사이 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1㎝. 내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면 그는 곧 기분 좋은 잠에 빠져들 것만 같다. 나는 그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싶지만 그는 날마다 다른 여자의 품에서 잠든다. 내 친구네 고양이 이야기다.

    이름은 '고양이 김태균'. 야구선수 김태균을 좋아하는 친구가 붙인 이름이다. 12㎏의 거구에 얼핏 보면 아기 호랑이를 닮았다. 바닥에 누우면 거대한 날다람쥐 같다.

    친구는 김태균을 닮았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김태균을 잘 모른다. 그저 야구선수 김태균도 고양이 김태균만큼이나 매력이 있겠거니 한다. 지금까지 세 번을 보았는데, 자꾸 생각이 나고 볼일이 없음에도 보고 싶다.

    소심한 나만큼이나 소심한 이 고양이는 내게 소심하게 다가왔다. 내 무릎을 종이 삼아 제 꼬리를 붓처럼 놓고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닌가.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려면, 어딘가 불쌍하고 마음이 쓰여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고양이 김태균은 너무 뚱뚱해서 침대 위로도 점프하기가 어렵다. 고양이용 다이어트 사료를 먹는데도 그렇다.

    이건 꽤 놀라운 일이다. 나는 동물을 귀여워하지만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고양이 김태균은 동물 최초로 내 몸을 만지는 데 성공했다. 급기야는 내 무릎을 물어서 바지의 올이 나갔는데 나는 그게 썩 좋았다. 그를 만나기 전과 후의 내가 변한 것처럼, 내 바지도 변했다는 것이. 나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게 사랑이다.

    -1월 '일사일언'은 한은형씨를 비롯해 드라마작가 최순식, 글로세움 출판사 김은현 편집자가 번갈아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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