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당선인의 첫 10주, 취임 후의 첫 100일

    입력 : 2013.01.01 23:04

    美 대통령, 당선 뒤 10주 내 씨 뿌리고 취임 뒤 100일 내 큰 방향 잡으며
    성공 여부 1년 내 사실상 결판나… 朴당선인 취임까지 남은 8주 중요해

    강인선 국제부장

    미국 대선을 일곱 달 앞둔 1980년 4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는 비밀리에 유명 헤드헌터를 만났다.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펜들턴 제임스였다. 레이건은 그에게 자기가 당선되면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일할 인사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철저한 보안을 요구했다. 제임스는 소규모 팀을 꾸려 인재 발굴에 나섰다.

    제임스는 약속대로 비밀을 굳게 지켜 유세 기간 그의 이름은 거의 수면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정권 인수가 시작되자 그의 작업은 빛을 발했다. 정권인수위가 신임 장관을 발표하기가 무섭게 제임스는 그 장관과 함께 일할 만한 차관의 명단, 그리고 그들에 관한 정보와 평가를 정리한 노트를 레이건에게 들이밀었다. 레이건의 정권 인수 작업을 분석했던 제임스 파이프너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대통령 후보의 요직 인선 작업은 '가능하면 일찍, 비밀리에, 선거 유세와 분리해' 추진하라고 조언한다. 레이건 행정부의 성공은 이렇게 일찍, 효율적으로 인선 팀을 가동한 데 크게 힘입었다는 것이다.

    1기 레이건 행정부의 출범은 30년도 더 지난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인 오바마 대통령도 당선됐을 때는 가장 먼저 레이건의 사례를 들여다봤을 정도로 여전히 정권 인수 과정의 '교과서'로 통한다. 레이건 팀이 철저하게 준비된 정책 메뉴를 들고 백악관에 들어가 망설임 없이 '실천'에 들어갔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하다못해 레이건 부부의 백악관 이사까지도 그지없이 준비가 잘 돼서 예술에 가까운 퍼포먼스였다는 평을 들었다.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교수는 당시 레이건 팀에 합류해 '취임 100일 작전'을 만들었다. 루스벨트·아이젠하워·케네디·닉슨·카터까지 대통령 5명이 첫 100일 동안 보여준 의회 관계, 해외 순방, 기자회견, 이미지, 당시 언론과 여론의 평가 등을 연구해 작전을 짠 것이다. 첫 100일은 의욕과 희망이 넘치는 시기지만 그러기 때문에 결정적인 실수를 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도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당선부터 취임까지 첫 10여주 동안 씨가 뿌려지고, 언론과 야당도 좀 너그럽게 봐주는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큰 방향이 잡히며, 핵심 과제가 본격 실행되는 첫 1년 내에 사실상 결판난다고 한다. 그래서 워싱턴에선 대통령이 제대로 대통령 대접을 받는 시기는 4년 임기 중 1년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통령들이 임기 초에 조바심을 내는 것도 이 시기에 제대로 시동을 걸지 못하면 임기 내내 고생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가 초기에 혼란과 무력에 빠졌던 것은 정권 인수 시기의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신중과 균형을 기하느라 요직 인선이 늦어진 결과 '정권 출범 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매사 스타트가 늦었고, 그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반년 이상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거겐 교수는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일로부터 취임식까지 해야 할 일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백악관과 행정부 인선을 마무리하고, 정책 수립과 홍보 계획을 완성하고, 핵심 지지 기반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충분히 쉬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달 19일 대선 이후 벌써 2주일을 보냈다. 취임까지 남은 시간은 채 8주가 안 된다. 한국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취임까지 약 10주, 취임 후 첫 100일, 그리고 첫 1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갈 것이고 그 시기가 지났을 땐 이미 새 정부의 성적표는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