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강화하고 국회 조세개혁특위를 설치키로 합의한 것은 내년부터 복지 확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증세(增稅)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복지 확대를 하더라도 국민 부담은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론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학계의 관측이다. 내년 설치될 조세개혁특위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등 증세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朴 27조원 복지' 증세 없인 어렵다

새누리당이 이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내리기로 한 표면적 이유는 예산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론 '박근혜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점진적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이 조세개혁특위 설치에 합의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여겨진다. 국회 기획재정위 새누리당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민주당의 요구에 따른 것일 뿐 증세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선 "결국 증세 논의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당선인은 대선에서 연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을 마련해 복지에 투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등을 줄이고, 세출 구조조정과 복지행정·재정 개혁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비과세·감면을 아무리 줄여도 연간 10조원 이상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신준섭 건국대 교수는 "세출 구조조정과 복지행정 개혁을 해도 마련할 수 있는 돈은 몇 조원 안 될 것이고, 결국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박 당선인은 출마 선언 때 "조세와 복지 수준을 결정하는 국민 대타협을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인수위 활동 과정이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세 대타협 기구를 만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법안 심의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내리는 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소득세·법인세 인상안 본격 논의

민주당은 조세개혁특위에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안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대상을 과표구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춰 최고세율 납세 대상을 전체의 1~2%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또 법인세 과표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10대 그룹 등 대기업집단의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을 없애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고소득층 증세와 법인세 인상은 추진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획재정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박 당선인이 복지 공약을 추진하려면 매년 30조원가량이 더 부족하다"며 "증세와 조세개혁은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일부에선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12%로 2%포인트 정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는 "감세(減稅) 혜택을 줄이는 소극적 방식이냐, 소득세·법인세를 인상하는 적극적 방식이냐를 놓고 정치권에서 상당한 논쟁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