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올림픽, '장애인도 같은 사회구성원' 인식 갖는 계기"

조선일보
  • 성진혁 기자
    입력 2012.12.29 03:03

    개막 한 달 앞둔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나경원 조직위원장
    "대한민국 성숙한 사회되려면 스페셜올림픽 꼭 해야겠기에
    정치적 자산·인맥 쏟아부어 수백억원 예산 확보해냈죠"

    "정치를 했기 때문에 스페셜올림픽 유치와 준비가 가능했어요. 이 대회를 위해 제 정치적 자산, 인맥을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나경원(49)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은 대회 개막(내년 1월 29일)을 한 달 앞둔 28일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아주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나 위원장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던 2010년에 대회를 유치하고, 조직위 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스페셜올림픽은 전 세계 지적장애인들(자폐·발달장애·다운증후군 등)의 스포츠 축제다.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여동생이자 사회사업가였던 고(故)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여사의 제안으로 1968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스포츠를 통해 지적장애인들의 사회 적응력을 높여주자는 취지였다. 아시아에선 일본(2005 나가노 동계 대회)과 중국(2007 상하이 하계대회)에서만 열렸다. 당초 한국이 대회를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지 부정적으로 보는 눈이 많았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예산 확보가 가장 큰 문제였다.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적장애인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가장 소외된 장애인이잖아요. 대한민국이 성숙한 사회로 가려면 지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꿀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위원장은 의원 시절 국회 연구단체인 '장애아이 위 캔(We Can)'과 한국장애인부모회 후원회의 공동 대표 등을 지냈다. 장애인 관련 법안 대표 발의만 14건을 했다.

    나 위원장은 장애아를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나 위원장의 딸 김유나양은 올해 성신여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가 드럼을 전공하고 있다. '부(副)과대표'라 한다. 중·고교 모두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다녔다.

    나경원 위원장은“사람들은 장애인이 지나가면 차별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두 번 쳐다본다”며“장애인을‘우리와 함께 가는 사람’으로 여기고 한 번만 바라보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딸이 중·고교 6년 내내 반장에 도전했어요. 기특해서 '선거 원고에 봉사정신을 강조하라'고 조언했더니 '그런 건 안 돼. 같은 반 친구 모두를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공약은 어떨까?'라고 하더군요. '네가 엄마보다 낫다'고 했죠."

    유나양은 결국 반장을 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 위원장은 딸이 긍정적 마음으로 남들 앞에 나설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적장애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앞으로가 더욱 그렇다. 요즘은 의료 수준이 발달해 소아마비 같은 후진국형 지체 장애는 거의 사라지고, 임신 산전 검사로도 잡히지 않는 지적장애인의 비율이 늘고 있다.

    120여 개국 지적장애인 선수 3300여명이 참여할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은 손님맞이 준비를 끝냈다. 나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평창 스페셜올림픽 조직위가 3년간 뛴 결과다. 예산은 목표액 390억원 중 97%를 마련했다. 정부가 예산의 30%, 강원도가 10%를 댔다. 나머지 60%는 민간 부문에서 모았다.

    조직위는 스포츠, 문화, 스토리, 배려를 주제로 삼아 대회를 끌고 갈 계획이다. 이제 최대한 많은 사람이 평창 스페셜올림픽을 보러 오게 하는 과제가 남았다. 나 위원장은 "스페셜올림픽은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 한다. 승패나 순위는 별 의미가 없다. 달리기하던 선수가 중간에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거나, 골인 직전에 멈춰 서서 다른 선수들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감동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나 위원장은 "지적장애인 선수들을 응원하러 오시는 분들은 그들에게서 격려를 받고 가실 것"이라며 "사람들이 지적장애인들을 똑같은 사회구성원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스페셜올림픽이 남길 유산(遺産)"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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