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陳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박근혜 정권'을 준비하는 실무총책을 맡게 됐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실무를 꼼꼼히 챙기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진영 부위원장에게는 역대 어느 인수위 부위원장보다도 큰 힘이 쏠릴 전망이다. 그는 27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만큼 민생과 관련된 약속들을 철저히 실천하고 이행하는 박근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친박 핵심'하다가 '탈박'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시(17회) 동기로 판사 출신인 진 부위원장은 지난 1997년 이회창 대선 후보 특보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4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초선이었던 그를 이성헌 전 의원에 이어 두 번째 비서실장으로 지목했다. 박 당선인은 성격이 온화하고 입이 무거운 그에 대한 신임이 각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현역 의원이 경선 캠프에 참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박 당선인을 외곽에서만 지원했고 이로 인해 친박 인사들과 소원해졌다. 상당수 친박들은 당시 경선에서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1.5%포인트 차로 진 것을 놓고 "진 부위원장(용산이 지역구)이 서울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며 "진영 의원은 무늬만 친박"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다른 친박들이 내가 친박이 아니라지만, 난 박근혜가 좋다. 그러니 앞으론 날 '호박(好朴)'으로 분류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바뀌지 않자, "나도 이젠 '친박'이란 울타리에서 자유로워지겠다. 날 중립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중립 선언'을 할 때도 "박근혜와의 결별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친박'과 박 당선인을 구분했다. 박 당선인도 자신이 아무런 당직 없이 평의원이었을 때 방한한 주요 외국 인사를 만날 일이 있으면 그를 배석시키곤 했다. 또 거의 매년 그의 지역구에서 열리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도 참여했다. 한 당내 인사는 "진 부위원장은 '탈박'했던 기간에도 한 번도 박 당선인을 비판한 적이 없다"고 했다.
◇朴의 신임으로 '복박'
그는 지난 5월 이한구 의원과 함께 러닝메이트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친박으로 복귀해 '복박(復朴)'으로 불렸다. 박 당선인이 선거 전날 그의 지역구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는데, 친박들은 "'이한구-진영'조에 박심(朴心)이 있다"고 보고 표를 줘 당선시켰다.
그는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뒤 박 당선인의 총선공약 입법화와 이를 위한 예산 반영 작업을 주도했다. 대선 과정에서는 정책위의장직과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직을 함께 겸직하며 박 당선인의 공약개발을 도맡았다. '대선 후보자 TV토론' 총괄팀장을 맡아 박 당선인의 토론 준비를 총괄하기도 했다.
그는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7년에는 사회적 기업법을 처음 대표 발의했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노인 간병 서비스 등 복지와 고용을 충족하는 사회적 일자리를 육성하는 내용이다. 진 부위원장은 호남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 등을 거쳤다. 현재 3선(選)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