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김용준 전(前) 헌법재판소장, 부위원장에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임명했다. 이와 함께 인수위에 국민대통합위와 청년특위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김대중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30대 김상민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에 대선 캠프 인사들을 그대로 앉힌 것은 인수위를 차분하게 실무적으로 끌고 가려는 뜻으로 보인다.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단 인선 때 드러난, 친박(親朴)을 핵심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비(非)영남 출신을 발탁하려는 흐름도 이어졌다.
인수위에 국민대통합위와 청년특위를 별도 조직으로 둔 것은 박 당선인이 국민 통합과 젊은 세대 문제에 역점을 두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뜻 같다.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을 지지한 51.6%와 반대한 48%는 주로 지역과 세대에서 쫙 갈렸다.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 후보론 처음으로 호남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호남의 마음을 열었다고 하긴 힘들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2030세대가 느끼는 새누리당과의 거리감도 재확인됐다.
지역의 문제와 세대의 문제는 별도 위원회를 만들어 위원들끼리 몇 번 머리를 맞대 반짝 아이디어를 내놓는다고 해서 금방 풀리고 녹아내리는 사안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도 사회통합위원회란 것을 만들어 운영해왔으나 남긴 건 엄청난 부피의 보고서뿐이다. 그보다는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인사(人事)와 정책을 통해 당선인의 의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두터이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쌓아온 당선인이 인내심을 갖고 뚜벅뚜벅 걸어나가다 보면 언젠가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한시(限時) 기구인 인수위는 내년 2월 25일 새 정부 출범 때까지 두 달 동안 그런 당선인의 의지를 담은 청사진을 그려 새 정부에 넘겨주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모여 겉치레 말잔치를 벌이거나 무슨 결의(決意) 대회 같은 이벤트성 행사를 벌이는 건 아무 소득이 없다. 당선인의 지역 통합, 세대 화합 의지가 확고하다고 해서 정부 힘만으로 이런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정부 정책이 국민 신뢰를 얻고, 국민은 여기 호응해 변화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이런 흐름이 정부 차원을 넘어 기업과 사회 모든 영역으로 번져 나가야 대한민국 백 년 과제를 풀 길이 열린다. 당선인이 이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만 해도 대한민국은 몇 걸음 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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