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능선에 線 하나를 더했다, 풍광이 더 드러났다

입력 2012.12.26 03:02 | 수정 2012.12.26 14:34

[집이 변한다] [28·끝]
검은 벽돌 1만5000개 쌓아 산 능선처럼 곡선으로 처리
벽돌 각도 비틀어 낮엔 은빛 서쪽 지붕을 동쪽보다 높여 주변 풍광 가리지 않게 배려

건축가 이정훈씨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집은 대개 둘 중 하나의 풍광을 택한다. 울창한 자연 속에 겸손히 숨어버릴 것이냐, 존재감을 드러내며 작위적인 풍경을 만들어낼 것이냐.

최근 지어진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 '곡선이 있는 집'은 이 두 가지 딜레마를 독특한 외관으로 절충시킨 집이다. 두드러지는 듯하지만 그 모양새는 인근 산의 능선을 빼닮았다. 이른바 "산속에 있되, 묻혀 있지 않은 집"이다. 2010년 문화부 선정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인 이정훈(37·조호건축 대표)씨가 설계했다.

24일 이 집에서 만난 건축가는 "주변 환경을 철저히 해석해 땅에 어울리는 집을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광교산으로 둘러싸인 집터를 보는 순간 '주변을 그대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층집의 연면적은 182㎡(55평), 공사비는 평당 600만원 들었다.

이 집을 규정하는 두 가지 특징은 1만5000개의 전벽돌(검은 벽돌), 그리고 오목렌즈 같은 디자인이다. 건축가는 전벽돌을 촘촘하게 쌓되 양쪽 가장자리로 갈수록 서로 조금씩 비틀리도록 했고, 지붕 끄트머리를 빼올려 날렵하게 만들었다. 가운데가 움푹 파인, 비대칭 오목렌즈 같은 이 디자인은 광교산의 능선을 그대로 담은 것. "벽돌을 정갈하게 쌓되 벽돌이 가장자리로 갈수록 점점 더 비틀리도록 했어요. 발수제(撥水劑)를 바른 벽돌의 앞면과 바르지 않은 벽돌의 거친 측면이 서로 대조돼 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죠." 덕분에 낮 동안 이 집은 잉어의 비늘처럼 은빛으로 빛난다.

건축가 이정훈씨가 설계한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곡선이 있는 집’. 주변 광교산 능선과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지붕선이 특징이다. 1만5000여개의 전벽돌(검은 벽돌)로 마감했다. /사진가 남궁선
"대지가 좁지만 주차에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뜻에 따라 높이 2m의 노출 콘크리트 필로티(기둥만으로 된 구조)로 집을 띄웠다. 덕분에 건축주는 넉넉한 주차공간과 조경이 가능한 마당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집도 뒷배경의 산을 가리지 않게 됐다. "남쪽 대문으로 진입할 때 시선이 자연스럽게 옮겨오는 효과를 위해" 지붕 서쪽 가장자리를 동쪽보다 더 높이 빼올린 건 건축주와 방문객, 심지어 등산객의 시선을 배려한 디테일이다. 건축가는 이 집의 입면 또한 광교산 자락처럼 부드러운 반원 형태로 파이게 만들었다.

(위 사진)조금씩 엇갈리게 쌓은 전벽돌. 마치 잉어의 비늘 같다, (아래 사진)5m 높이 천장고를 가진 거실. 남향 유리통창이 최대한의 채광·난방 효과를 준다. /사진가 남궁선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은 필로티로 띄워진 1층 서쪽 일부를 칼로 벤 듯 잘라 발코니로 만들고, 주변 외관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처리한 것. "전벽돌만으로 구성된 밋밋함을 없애기 위한 의도"란다. 덕분에 광교산의 수려한 산세와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 눈 덮인 마을 풍경이 이 스테인리스 스틸판에 그림처럼 반사된다. 5m에 달하는 부엌·거실 천장고와 깊이감 있는 천창, 다락방처럼 내밀하게 구성된 기도실 겸 손님방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건축주의 삶처럼 소박하고 경건한 느낌을 준다.

건축주 최정임(59)씨는 "하늘의 구름을 담아내는 듯한 지붕, 방문객을 손 벌려 환영하는 듯한 이 집의 포근한 모습이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이 집의 이름인 '곡선이 있는 집'은 동네 우체부 아저씨가 붙인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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