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일본 트럭은 한국 도로 달리는데… 한국 트럭은 왜 일본 못달리지?

조선일보
  • 김충령 기자
    입력 2012.12.22 02:52

    트럭 통째로 배에 실어 통관… '로로시스템' 한국은 日에 허용, 일본은 "문제 생길라" 불허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부산항 근처에선 일본 번호판을 단 화물차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운전석도 우리와 반대쪽에 있는 이 일본 트럭들은 일본 항구에서 카페리(Car ferry)호에 실려 부산항에 들어온다. 일본 트럭은 한국 도로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한 후 화물을 싣거나 내리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다. 기존에는 화물을 실은 트럭이 화물선에 선적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트럭에 옮겨 실어야 했지만, 트럭째 배로 옮겨 나르는 로로(Ro-Ro, Roll-on(선적)·Roll-off(하역)의 준말)시스템을 도입하면 복잡한 해상운송이 육상운송처럼 간편해진다. 일본 운송업계는 로로시스템 덕분에 통관 속도를 높이고 물류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나라 트럭은 일본의 도로를 달릴 수 없다.

    정부는 지난 1월 '자동차관리의 특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일본 트럭이 국내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 그동안 활어(活魚) 수출 활성화를 위해 일본 활어차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부분적으로 허용됐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모든 분야의 일본 화물차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1만1000여대의 일본 트럭이 활어, 자동차 부품, 전자제품 등을 싣고 내리기 위해 대한해협을 건넜다.

    우리 정부는 법규까지 개정해 일본 화물차에 혜택을 줬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 화물차의 일본 운행을 여전히 불허하고 있다. 일본에서 화물 차량 운행을 하기 위해선 차량 등록을 해야 하고, 전조등 각도 등 안전기준과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 등을 통과해야 한다는 이유다.

    로로시스템은 국가 간 교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양국 간 상호 협정 체결을 통해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0년 한·중 간의 로로시스템 도입도 양국 간 '복합운송협정' 체결을 통해 이뤄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일본과의 로로시스템 도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상해 왔지만, 일본 국토교통성은 '한국 차량이 일본에 들어와 무슨 문제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물류정책과 관계자는 "양국 간 시스템 도입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가 먼저 운행을 허용했고, 이를 근거로 일본 측에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일본 차량이 한국에 오는 것은 한국 부품업계 등의 수출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볼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로로시스템으로 우리 수출업자와 운송업자만 손해를 본다는 지적도 있다. 물류운송업에 종사하는 박모(54)씨는 "일본 측만 로로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일본 수출업자와 운송업자만 이익을 본다"며 "한·일 간 불평등한 구조로 국민 정서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7월 한·일 교통 물류장관 회의를 통해 피견인 트레일러에 한해 양국 간 시범 운행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등 이견을 좁혀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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