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경제정책의 핵심은 '자본주의 4.0'

입력 2012.12.21 03:00

[근혜노믹스의 로드맵] [上] 국가에서 개인으로
GDP 등 거시적 목표 대신 개개인의 행복 증진에 중점
새정부 정책 목표 기준서 성장 관련 지표는 아예 제외, 고용·분배 등 지표로 대체
성장의 결실 '낙수 효과' 대신 낮은 곳에 직접 물대기 방식

'5년 안에 15~64세의 고용률을 EU의 목표치와 동일한 수준인 70%까지 높이도록 노력하겠다.'

400페이지가 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에 등장하는 유일한 거시경제 목표치이다. 이를 빼면 공약집 어디에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같은 거시 지표 목표치는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7·4·7정책'(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이나 노무현 정부의 '바로 선 대한민국, 잘 사는 대한민국' 같은 거창한 국가 차원의 공약은 하나도 없다. 대신 국민 행복, 고용률 제고, 중산층 강화 같은 약속이 들어 있다. 공약의 대상이 국가에서 철저히 국민 개인으로 바뀌었다. 박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역대 정부와 근본적으로 차별화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박 당선인은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 등 역대 정부가 초점을 맞췄던 거시(macro) 정책에서 탈피해 국민 개개인의 행복 증진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자본주의의 단점을 보완하는 따뜻한 자본주의, 이른바 '자본주의 4.0'이 '근혜노믹스(박근혜의 경제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와 운용 방향이 안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낙수 효과' 대신 '직접 물 공급'

박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중산층 재건'과 '민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성장률 제고 같은 거대 담론은 당선인의 연설에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성장의 온기가 국민 개개인에게 골고루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생 관련 공약은 시시콜콜한 정도로 자세하게 소개됐다. 당선인은 하우스푸어 대책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고,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0~5세 무상보육 공약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국익(國益) 같은 공동체적 가치보다 민생 같은 개인 가치를 중시하는 경제 철학으로 크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철학은 대부분 성장률 목표와 함께 산업 육성, 규제 완화 같은 경제공동체 전반에 관한 것을 의미했지만, 이번에는 주로 경제를 구성하는 개인들에게 초점을 맞춘 내용이 많다. 한마디로 관점이 다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대신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된 공약은 고용률과 중산층 비율이었다. 현재 59.7%인 고용률(15~64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5년 내 70%로 끌어올리고,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 이내) 비율도 현재 64%에서 임기 내에 7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경제 운용의 관점이 공동체에서 개인으로, 전체 성과에서 성과의 분배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행복지수가 경제지표로 중시될 듯

근혜노믹스는 '박근혜식 행복지수'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교수)은 작년 11월 기존의 경제성장 지표를 대체할 '국민 행복지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경제 성적표를 매기는 기준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근혜노믹스가 중시하는 지표는 고용률, 사회안전도, 건강 및 의료 지표, 소득 5분위배율(상위 20%의 가처분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가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지니계수(소득 불평등 정도를 0~1 사이의 수치로 지수화한 것), 교육지표, 1인당 가계부채, 저축률, 절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인 가구가 전체 가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 물가상승률 등이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인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일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일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이것이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공약에 거창한 경제 목표 달성보다 복지·교육·경제 이슈가 많은 것은 이런 맥락"이라고 했다. 당선인이 약속한 10대 공약 중 8개는 직접 국민 실생활과 관련된 과제들이다. 박 당선인의 10대 공약 중 가계 부담 덜기, 국가 책임 보육, 교육비 걱정 덜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 근로자 일자리 지키기, 근로자 삶의 질 올리기는 모두 순수 경제 문제로 보기 힘들고, 복지나 교육 정책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민생과 직접 연결하다 보니 순수한 경제 정책보다는 경제·교육·복지·노동이 결합한 융합적 정책 조합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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