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한국경제] "그나마 다행인데… " 삼성은 금산분리, 태광은 총수 赦免제한에 떤다

조선일보
  • 김기홍 기자
    입력 2012.12.21 03:00

    [朴 공약에 긴장하는 재계]
    -대기업,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文보다 온건하긴 하지만 朴은 약속 꼭 지킨다는데… "
    경제 민주화 등 부담스러워해… 삼성, 공약 대책 긴급 스터디
    -중소기업들, 中企대통령 기대
    "시장 불균형·거래 불공정·제도 불합리 등 3不 꼭 해결"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친(親)노조 정책 때문에 엄청 애를 먹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더군요. 아마 많은 기업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확인하고 '살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겁니다."

    경제 5단체 소속의 한 임원은 "이번 대통령 선거가 접전 양상으로 진행돼 끝까지 가슴을 졸였다"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경제공약을 내세운 박근혜 후보가 당선돼 다행이라는 것이다. 재계는 박 당선자가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 점진적이고 완만한 경제 민주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박 당선자의 경제 민주화 공약에 대해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5대 그룹 소속 관계자는 "박 당선자의 경제 민주화 공약 가운데 당장 경영에 영향을 줄 내용이 적지 않다"면서 "당선자가 약속을 중시하는 만큼 어느 정도까지 경제 관련 공약을 관철할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자는 "경제 민주화를 통해 모든 경제 주체가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조화롭게 커가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재계는 당장 박 당선자가 내세운 공약의 취지와 파장에 대해 분석에 들어간 상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공약 가운데 우리 그룹에 적용되는 부분은 무엇이고 어떤 대책이 있는지 스터디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소통 이때처럼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달 27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구아리 상설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박 당선인은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전기병 기자
    재계가 신경을 쓰는 공약으로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金産)분리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오너에 대한 사면권 제한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금산분리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약대로라면 증권·보험·카드 등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기존 15%에서 5%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8.47%를 갖고 있다. 의결권이 제한되면 5%를 초과하는 3.47%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혹시라도 삼성전자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면, 의결권 제한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권의 금산분리 공약이 사실상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한화·태광그룹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재벌 총수의 사면권 제한 공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당장 총수가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면권이 금지될 경우 총수 유고에 따른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당선되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박 후보의 당선을 환영하면서도, 경제 민주화 공약이 과거처럼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원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이행해 주었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시장 불균형, 거래 불공정, 제도 불합리 등 중소기업이 당하고 있는 3불(不) 문제를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소기업계는 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확대, 대형유통업체 납품·입점업체 보호,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실효성 제고 등의 공약도 지켜야 대·중소기업 상생(相生)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할 때 중소기업 인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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