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의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19일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은 75.8%를 기록했다. 2030세대뿐 아니라 5060세대까지, 개인부터 기업까지, 한층 진화한 방법으로 투표 독려 운동을 벌여가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율이 70%를 넘어설 경우 20~30대 젊은 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다고 풀이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우세할 것이란 예측은 이번 대선에서 들어맞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5060 세대의 예상치 못했던 높은 투표 열기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만사를 제쳐놓고 투표장으로 향한 50대 이상 장년층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이어 카카오톡까지 진출한 5060 세대
20~30대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던 '카카오톡'은 이번 선거에서 5060 세대의 투표 독려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됐다. 경기도 구리에 사는 이모(51)씨의 스마트폰은 온종일 조용할 틈이 없었다. 초·중·고 동창들과 문화센터 동기들끼리 만들어놓은 집단 채팅방에서 계속해서 메시지가 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동창들이랑 문화센터 아줌마들이 서로 투표했는지 확인하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냈다"며 "투표 안 했다가는 '왕따' 될 것 같아 오후 4시에 투표장으로 가서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요새 스마트폰 안 가진 친구들이 없다"며 "20대만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하던 시대는 이제 옛날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의 모 대학 82학번인 김모(50)씨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대학 동창들끼리 만들어 놓은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무조건 투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며 "젊은 애들처럼 투표하고 인증샷을 찍어 채팅방에 사진을 올리는 동창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카카오톡뿐 아니다. 중장년층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투표 독려의 글이 줄을 이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주부 차모(52)씨는 "지난 총선 때는 마음에 드는 후보도 없고, 투표장으로 가기도 귀찮아서 투표하지 않았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1960년생 쥐띠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하도 투표해야 한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떠밀리듯 투표장에 갔다"고 말했다. 차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투표를 안 하는 게 무슨 범죄인 듯한 분위기를 느꼈다"며 "우리 같은 50대는 각자 자기 알아서 투표하는 추세였는데, 확실히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 마감까지 이어진 5060 세대의 투표 열기
5060 세대의 투표 열기는 오전부터 시작돼 개표 마감까지 계속됐다. 오후 2시에 이미 50%를 상회했던 투표율이 오히려 투표하지 않은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주부 최모(52)씨는 오전 10시쯤 투표장 대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골프연습장으로 향했다. 최씨는 "선거에 관심이 없어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휴게실에 있는 TV에서 낮 12시 현재 투표율이 34.9%를 기록해 지난 대선보다 6.1%p 높다는 소식이 나왔다"면서 "회원 한 명이 '이러다 큰일 난다. 투표하러 가자'고 말하자 운동하던 아줌마 7명이 함께 아파트 단지 내 관리사무소에 있는 투표장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이모(58)씨는 오후 3시쯤 투표장을 찾았다. 이씨는 "날씨가 추워서 (투표장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아 자극을 받았다"며 "겨우 한 표지만, 왠지 안 찍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투표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서울 신당3동 투표소에 투입된 중구청 윤모(32) 주임은 "예전에는 오전에만 중장년층 이상이 투표장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점심이 지나서도 등산화나 지팡이가 많이 보였다"며 "오후 4시가 넘었는데 줄 서 있는 사람의 60%가 50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윤 주임은 또 "선거를 참관한 게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런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5060 세대의 분노가 2030의 분노를 앞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삶은 팍팍하지만 5060 세대가 국가 정체성에 대한 부정 등에 대해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