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김지영(가명·18)양은 고등학교 3년간 새벽 6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학교 수업과 자습을 반복했다. 쉬는 시간엔 매점에서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사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운동은 하루에 딱 10분 했다. 말이 '운동'이지, 운동장을 잠깐 어슬렁거리다 들어오는 수준이었다. 김양은 고등학교 입학 후 체중이 5㎏ 붇고 체력은 점차 떨어졌다. 김양은 수능 직전 몸살을 앓고 시험도 망쳤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우리 국민이 나이에 따라 어느 정도 운동을 하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 10대 여학생은 열 명 중 일곱 명가량(72.9%)이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래 남학생도 절반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46.5%). 20대로 넘어가도 마찬가지였다. 20대 남성 절반(50.0%)과 여성 과반수(67.3%)가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번 발표는 ①'국민체력실태조사'(2011년 전국 19세 이상 4000명 대상으로 실시)와 ②'국민생활체육참여실태조사'(올해 만 10세 이상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를 종합해 분석한 것이다. EU(유럽연합)는 열 명 중 일곱 명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운동을 하고(65.5%), 전혀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은 세 명 중 한 명 정도였다(34.0%). 반면 한국은 전 국민 중 절반만 주 1회 이상 운동을 하고(50.3%) 절반은 운동과 담쌓고 지냈다(45.3%).

일본은 2009년 20세 이상 1925명을 조사한 결과 "석 달에 하루 이틀 정도 또는 그보다 더 적게 운동한다"는 사람이 세 명 중 한 명에 그쳤다(30.7%). 반면 한국 20대는 "전혀 운동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과반수였다(58.3%).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아이들 체력이 이만큼 떨어졌다는 것은 선진국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면서 "우리 사회 전체가 나서서 이 문제를 풀 때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