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가진 부모와 사는 여고생이 서울대에 최종 합격했다.
인천시 연수구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인천여고 3학년 황다솔(19)양은 지난 7일 서울대 인문학부 최종 합격을 통보받았다. 함께 지원한 연세대와 서강대에서도 합격을 통보받았다. 황양 합격 소식을 들은 학교 교사들과 친구들 입에서 "대단하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황양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특별한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황양의 부모는 모두 뇌성마비 1급의 중증 장애인으로 휠체어가 없으면 거동이 불편하다. 황양의 어머니는 언어 장애 1급으로 의사 표현도 어렵다. 부모가 일할 수 없어 100여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가 황양 가족의 생활비 전부다. 다른 친구가 대부분 다니는 학원은 황양에게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황양의 사정을 알게 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8년 전부터 매달 20만~25만원씩 학습비를 지원했다. 황양의 공부를 도와줄 수 없는 부모를 대신해 학원비를 지원해준 것이다. 거실과 방 한 칸이 전부인 39.6㎡(약 12평) 남짓 되는 영구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어 마땅히 공부할 공간이 없었던 황양은 영어·수학 학원에 등록했다.
초등학교 시절 중상위권 수준에 머물렀던 황양의 성적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했다. 중학교에 진학해 반에서 2~3등 하던 황양은 고등학생이 되자 같은 학년 학생 중 성적이 열 손가락 안에 들게 됐다. 공부에만 집중해도 모자라는 시간이었지만 황양은 설거지·청소 등 집안일도 도맡아 했다. 황양의 아버지가 집을 찾아오는 사회복지사들에게 "다른 부모처럼 자식을 지원해줄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 안 되는데도 불평 한번 않는 착한 딸"이라고 항상 말하는 이유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윤희(27) 사회복지사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좌절하고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다솔이는 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모시며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 냈다"며 "앞으로 다솔이의 장래가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봄이 되면 서울대 학생이 되는 황양의 꿈은 국제통상 전문가. 황양은 "많은 분의 격려로 작게나마 꿈을 향한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감사드린다"며 "저처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자신의 경제적 여건을 꿈에 대한 장애로 여기지 않고 긍정의 힘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다솔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단에서 지원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