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파워 클래식] 나는 누구인가… 유려하게 담아낸 천문학자의 인간·우주 탐색

조선일보
  • 배명훈 과학소설 작가
    입력 2012.12.17 03:02

    서른여섯 번째 작품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명사 101명 추천 도서 목록은 chosun.com
    배명훈이 읽은 '코스모스'
    옛날이야기처럼 쉽게 다가오는 무한한 공간·생명에 대한 경이
    분야 넘나드는 이야기의 확장 아름답고 문학적인 표현까지 내 SF적 발상에도 영향 미쳐

    청소년기에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가끔 있다. 그 시절 내가 제일 오래 붙들고 있었던 책은 서른한 권짜리 백과사전이라 딱 떠오르는 책을 찾아내기가 힘든데, 그때 다행히 떠오르는 책이 한 권 있다.

    몇 학년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중학교 시절 어느 무더운 여름방학. 에어컨이 귀하던 시절이라 바람이 잘 통하도록 문을 앞뒤로 열어놓고 움직임을 최대한 줄여가며 바람이 통하는 길목에 가만히 드러누워, 집안 어딘가에 굴러다니던 두꺼운 책 한 권을 읽기 시작했다. '코스모스'라는 제목의 과학책이었다. 수식(數式)이 거의 나오지 않는, 말로만 된 과학책이었지만, 중학생이 읽기에는 좀 버거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하필 그 책을 집어 드는 바람에 그해 여름 나는 그만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저자인 칼 세이건은 당시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과학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그런 건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천장을 향해 드러누운 내 눈앞에 펼쳐진 우주는 난생처음 접해보는 경이로움의 덩어리였다. 무한한 공간에 대한 거대한 묘사, 극소세계에서 펼쳐지는 신비한 생명현상들,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너무나 짧지만 그래도 수천 년의 시간을 두고 펼쳐지는 지구인들의 장대한 과학사 혹은 문명사,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유추되는 어쩌면 우주 저편에 존재할지도 모를 어느 문명 혹은 어느 생명체의 모습에 대한 상상. 그런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 쏟아질 듯 눈앞에 확 펼쳐져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많은 이야기가 과학자 특유의 계몽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옛날이야기 하듯 막힘없이 술술 풀려나왔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 같은 건 감히 파고들 틈조차 없었다. 마치 내가 직접 우주의 비밀을, 그 속에 숨겨진 놀라운 진실을 하나하나 밝혀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자연스러운 속도로 나는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책 바깥쪽에 남겨둔 자아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남겨두지 않은 채 멍하니.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저자에게는 그렇게 과학의 수많은 분야를 한 권의 책에서 다뤄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바로 그가 찾고 있는 대상인 외계생명체에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상당히 먼 거리에 떨어져 있을, 고도의 문명을 이룩한 외계문명의 신호. 혹은 어쩌면 꽤 가까이에, 아마도 바로 이웃 행성인 화성 정도에서라면 반드시 발견할 수 있을 원시적인 외계생명체의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일단 스스로 생물학에 정통한 천문학자가 되어야 했던 칼 세이건에게 이런 형식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나하나 따로 떨어져 있어서 밖에서 보면 서로서로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화학이 아니었다.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한 상황에서 그 일을 해 내는 데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경계를 따지지 않고 끌어오는 자연스러운 중첩과 확장. 그러다 보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평소 같으면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을 유전학 생물학 천문학 물리학 그리고 화학.

    이후로 나는 과학이 재미있었다. 시험 성적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고, 친구들은 다 이상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블록들이 어떤 식으로 맞춰질 수 있는지 큰 그림을 한 번 보고 나면 그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책을 읽고(혹은 이 책의 원본에 해당하는 TV 시리즈를 보고) 과학자가 된 분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추천하는 책.

    그러나 이 책은 학습용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온갖 경이로운 현상들, 그 경이로움에 다가서는 인간의 상상과 노력, 그리고 모두가 감탄해 마지않는 문학적이기까지 한 아름다운 표현들. 생각해 보면 과학소설(SF)이 담으려고 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몇 가지가 내가 그 시절에 읽었던 책 속에 들어 있었다. 또 다행히도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럼 이 책이 과학소설 작가인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SF적 발상의 뿌리를 파고들어가다 보면 이 책을 만나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140자 트윗독후감

    "파워클래식 101에 '코스모스'가 올라오다니 너무다 기쁩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역사와 철학, 인간의 존재에 물음을 던지는 경이로운 책이죠. 은하와 행성, 우주 역사의 탐험에 푹 빠지게 해서 제 방 침대에서 책을 읽는 제 자신을 잊게 하는 마법 같은 책!"(페이스북 응모자 정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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