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14일 새벽 서해에서 인양한 북한 은하 3호의 1단 로켓 잔해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옮겨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갔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으로 북한 최고의 전략 무기 잔해가 우리나라 최고의 무기 전문가들 손에 들어온 것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장거리 로켓 대형 잔해 회수 사례

이번처럼 발사된 장거리 로켓(미사일)의 대형 구성품이 100㎞ 안팎의 상공에서 떨어진 뒤 온전히 회수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희귀한 사례"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육·해·공군, 국방과학연구소의 미사일 전문가, 나로호 개발에 참여한 항공우주연구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군 공동조사단을 구성키로 했다. 이 조사단에는 구(舊)소련과 이란 등이 개발한 미사일을 분석한 경험이 있는 미국 전문가들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실시했던 조사처럼 군 및 민간 전문가, 미국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고 로켓 잔해를 샅샅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의 참여에 따라 이란 미사일과 같은 재질 등인 것으로 확인돼 북한과 이란 사이의 미사일 커넥션이 공식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이란 이외의 제3국에서 밀수입한 부품이 확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선 최고 전략무기의 비밀이 일부라도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회수 잔해는 산화제 연료통 추정

이날 새벽 서해에서 인양된 잔해는 길이 7.6m, 직경 2.4m 크기로 1단 로켓의 산화제 연료통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거리 로켓은 산소가 희박한 수십~수백㎞ 이상의 고공을 비행하기 때문에 연료를 태우기 위한 산화제를 별도로 싣고 있다. 연료통 하단(下端)에는 로켓 엔진에 산화제를 공급하는 관이 설치됐던 구멍 4개가 뚫려 있다. 2단 로켓과 연결됐던 상단(上端)부에는 밸브와 관, 전기선, 전기장치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료통 회수로 우선 그동안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던 북 장거리 로켓(미사일) 동체(胴體)의 재질과 강도, 산화제, 액체연료 성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오전 서해서 인양된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1단 로켓 산화제 연료통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이날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왼쪽 사진이 잔해 상단, 오른쪽 사진이 잔해 하단 모습이다.

엔진 추진력 등 은하 3호의 주요 성능과 관련된 정보도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켓 전문가 정규수 박사는 "산화제 연료통의 크기가 확인됐기 때문에 로켓 연소 시간 등 각종 데이터를 활용하면 엔진 추력(推力) 등에 대한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하 3호의 극비 정보는 산화제 및 액체 연료통보다는 로켓 아랫부분에 있는 엔진에 있다고 말한다. 지난 12일 세종대왕함은 1단 로켓 연료통 낙하는 추적했지만 엔진으로 추정되는 물체의 낙하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소해함 4척을 투입해 해저 탐색작전을 벌이고 있다. 은하 3호 1단 로켓 엔진은 노동 미사일 엔진 4기를 결합(클러스터링)해 만든 것으로 어떻게 결합시킨 것인지가 한·미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이란은 은하 3호 1단 로켓 엔진처럼 노동 미사일 엔진 4기를 결합한 '시모르그' 엔진을 공개한 적이 있어 엔진이 회수될 경우 북·이란 커넥션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고온을 견디며 가볍게 만드는 엔진 합금 기술도 한·미가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