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취미로 노래한다는 여자… 독일 음반사에서 모셔가다

조선일보
  • 한현우 기자
    입력 2012.12.15 03:03

    유럽 투어 떠난 인디가수 최고은
    판소리로 시작한 음악_초등학교 때부터 고3까지
    꾸준히 가야금 병창 배워 입시 실패 후 불문과 진학
    한때는 록밴드도 해봤지만 기타치면서 포크음악 전향
    앨범 두 장, 노랫말은 영어로_외국인 친구 위해서
    처음 영어로 만든 가사… 아리랑 방송통해 해외 팬도
    獨회사서 우연히 듣고_"아주 편안하고 부드럽다"
    공연·음반 제안해 와 美·캐나다서도 음반 계획

    알아주는 이 없어도 어떤 사람들은 꾸준히 곡을 쓰고 노래를 한다. 다른 길로 가보기도 했고 음악에 진저리친 적도 있다. 그런데 어느새 음악으로 되돌아와 있다. 최고은(29)도 그런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판소리를 했으나 대학에서는 불문학을 배웠다. 기타를 배우면서 취미처럼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그랬더니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음악은 좀체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독일에 있다. 독일 음반사가 그녀의 음반과 공연을 원했다. 독일로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그녀를 만났다.

    "예전부터 외국인 친구들이 '유럽에서 음악을 해라. 그쪽에서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하곤 했어요. 지금은 유럽 무대에서 노래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모호한 기대감과 궁금증,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차 있어요."

    국내 인디 뮤지션을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고 공연에 초청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최고은은 "내게 음악은 돈이나 인기가 아니라 추상적인 벽을 깨나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 허영한 기자

    최고은은 14일(현지시각)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독일네덜란드, 벨기에를 오가며 23회에 걸쳐 공연할 예정이다. 이 공연은 독일의 음악회사 '송즈 앤 위스퍼스(Songs & Whispers)'가 주최하는 라이브 시리즈로, 지난 2009년부터 세계의 인디 음악을 발굴해 유럽에 소개해온 무대다. 이 공연의 홈페이지(www.songsandwhispers.com)에서는 최고은의 노래를 "아주 오랫동안 존재한 노래처럼 편안하고 부드럽다"고 소개하고 있다.

    "독일 음악회사에서 우연히 제 노래를 듣고 올해 2월쯤 초청했어요. 가서 공연과 동시에 음반도 내고 내년 3월엔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음반을 내기로 했죠."

    그녀는 그간 각각 6곡, 4곡이 실린 미니앨범 두 장을 냈다. 모든 노래 가사를 영어로 썼다. 외국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쓴 곡이 '에릭스 송(Eric's Song)'이란 노래예요. 에릭이란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한 노래였죠. 그 뒤로는 제 가사를 사람들이 쉽게 알아듣는 게 쑥스러워서 계속 영어로 썼어요. 영어로 노래하는 게 더 노래 부르는 맛이 있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녀의 영어 노래는 아리랑 라디오를 통해 해외로 방송됐다. 유럽 청취자들이 "음반을 어떻게 살 수 있느냐. 공연을 볼 수 없느냐"는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최고은 노래의 힘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 3때까지 배웠던 판소리에서 나온다. 황승옥 명창을 사사한 그녀는 그러나 신입생을 1명밖에 뽑지 않는 서울대 국악과 판소리 전공 입시에서 떨어지면서 소리를 그만뒀다.

    "대학에 떨어지고 나서 온몸의 마디마디가 붓고 무척 아팠어요. '노래는 취미로 해도 되지 않을까'해서 국악을 포기하고 재수해서 대학에 갔죠." 서강대 프랑스문화과에 진학한 그녀는 교내 록밴드에서 거친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나, 어쿠스틱 기타를 치게 되면서 포크 음악으로 전향했다. 그녀의 음색이 먼 곳에서 끌어올리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는 판소리로 단련된 몸의 울림통 덕분일 것이다.

    "지난 2월에 첫 단독공연을 하면서, 더 깊이 있고 더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그런데 이런 제안을 받은 거죠. 지금까지 음악으로 그려온 지도보다 훨씬 더 큰 지도로 확장되는 느낌이에요. 그러려면 인문학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음악이 너무 빨리 소진될 테니까요."

    유럽 최고의 재즈가수가 된 나윤선도 처음엔 홀로 프랑스 유학을 떠났었다. 우리는 지금 '제2의 나윤선'을 목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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