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숨 막힐 듯 애틋한… 이 노부부의 사랑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2.12.14 03:05

    아무르

    구급대원들이 억지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엔 이미 세상을 떠난 80대 여성이 반듯하게 누워있다.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까지 쓴 구급대원들은 마치 이 노인의 질병과 죽음을 피하기 위해 몸을 꽁꽁 싸맨 것 같다. 이어 화면에 등장하는 영화 제목은 '아무르'(사랑).

    오스트리아 출신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2분 남짓한 도입부를 통해 '아무르'가 죽음에 가까이 다가선 노인들의 두려움과 사랑을 그릴 것이란 걸 예고한다. 80대 부부 조르주(장-루이 트린티냥)와 안느(엠마누엘 리바)는 음악가 출신의 중산층으로 소박하고도 행복한 노년을 보낸다. 어느날 갑자기 안느는 병에 걸려 반신불수가 되고, 조르주의 정성스러운 간병에도 그의 육체와 정신은 망가져간다.

    티캐스트 제공

    '아무르'라는 제목을 달고 영화를 만들면서도 하네케 감독은 감상(感傷)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 공연 장면이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회상 장면을 제외하고는 음악도 없고 절제된 카메라의 시선은 건조하기만 하다.

    영화 초반 부부가 함께 콘서트장에 가는 신을 제외하면 영화의 모든 것은 이들이 사는 아파트 안에서만 이뤄진다. 그 공간에서 조르주가 불편하고 굼뜬 몸으로 몸과 정신이 성치 않은 아내를 돌보는 모습은 답답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때문에 영화는 역설적으로 '아무르' 이외의 다른 제목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틋함과 헌신, 의리뿐만 아니라 그가 변해가는 모습에서 오는 회의와 분노, 무력감까지.

    영국 시인 필립 라킨(1922~1985)은 '아룬델 무덤'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본능, 가장 중요한 진실,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살아남을 것은 사랑이다'라고 노래한다. '아무르' 역시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죽음을 우아하고도 위엄 있게 받아들이는 방법은 결국 사랑임을 보여준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영화를 본 이들은 모두 예견한, 이견(異見) 없는 결과였다. 장 루이 트린티냥은 '남과 여', 엠마누엘 리바는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았던 그 배우들이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안느가 음식과 물을 거부하자 조르주가 그의 뺨을 매섭게 때린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응축한 장면.

    #대사
     "인생 참 길다."(안느가 쓰러지기 전 앨범을 보면서 하는 말)

    #이런 분 보세요
      '사랑'과 '죽음'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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