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해서 더 세련된 외관 관공서 건물 편견을 깨다

입력 2012.12.12 03:02

대구 금호강변 명물 오영욱의 '식물 공장'
市 농기센터 수경재배시험장 통유리로 주민소통 공간 조성 "공공 건물에 새대안 제시"

생육에 도움을 주는 파장의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내엔 보라색 조명이 들어온다.
생육에 도움을 주는 파장의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내엔 보라색 조명이 들어온다.
대구 동구 방촌동 농업기술센터 경내 한편엔 '정체'가 알쏭달쏭한 건물 하나가 있다. 커다란 간판이나 장식은 없지만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인근 금호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들러 구경하고 가는 지역의 명물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세워진 이 건물은 '식물 공장'이다. LED 조명을 이용해 상추 등 채소를 수경(水耕)으로 시험 재배하는 시설이다. 대구에 연료전지발전소를 설립한 한 업체에서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지어 시(市)에 기부했다. 건물 디자인은 지난 8월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에 참여했던 건축가 오영욱(36·oddaa 소장)씨가 맡았다. 10일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난 오 소장은 "도시의 풍경에 보탬이 되는 건물을 짓고 싶었다"고 했다.

식물 공장은 165㎡(약 50평)짜리 작은 건물이다. 오 소장은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을 관공서에서 직접 짓는다면 십중팔구 누런 샌드위치 패널(함석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은 소재)에 파란 지붕을 얹어서 가건물처럼 만들 것"이라며 "나는 작은 건축물도 디자인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싸고 단열까지 되는 효율적 소재지만, 건축이 추구하는 가치 중에서 미적인 부분은 희생하게 돼요.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그런 건물들이 과연 풍경에 어울리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자 했습니다."

이 건물을 샌드위치 패널로 지을 경우 평당 15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실제 투입된 공사비는 평당 250만원 정도다. "평당 100만원씩, 총 5000만원의 빠듯한 추가 예산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줘야 했던 프로젝트"라고 한다.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는 대신 공간의 쓰임새별로 외장재를 달리해서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대구농업기술센터 청사 경내에 자리 잡은 식물 공장. 전시장₩판매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커뮤니티 공간’을 앞쪽에 두고 개방적인 느낌의 유리로 마감했다. /oddaa 제공
대구농업기술센터 청사 경내에 자리 잡은 식물 공장. 전시장₩판매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커뮤니티 공간’을 앞쪽에 두고 개방적인 느낌의 유리로 마감했다. /oddaa 제공
공장은 크게 식물이 자라는 공간, 조명 등을 제어하는 조정실, 전시장·판매장 등으로 쓰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나뉜다. "조정실엔 엄정한 느낌의 콘크리트를 쓰고, 커뮤니티 공간에는 개방적인 통유리를 사용했어요."

오 소장은 "관청에서 건물이나 구조물을 화려하게만 만드는 게 아쉬웠다"며 "이 건물로 관(官)이 주도하는 건물 디자인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했다. "버스 정류장 같은 작은 구조물에까지도 자꾸 불필요한 장식물을 붙이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공공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도록 가장 수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담을 수 있는 깨끗한 캔버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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