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0] 선택의 자유? 아니면 정당화?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2.12.10 23:30 | 수정 2013.03.05 11:45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대부분 환자는 자신의 그동안 선택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한다고 한다. '왜 나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위해 살지 못했을까?' '왜 나는 진정한 사랑을 해보지 못했을까?'

어쩌면 인생 자체가 수많은 선택들의 사슬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믿는다. 인간에겐 선호(選好)의 자유가 있고, 선택은 선호를 실천하는 거라고. 그런데 왜 우리는 자유롭게 선호하고 선택한 인생임에도 재벌도, 거지도, 대학교수도 죽기 전에는 대부분 후회하는 것일까?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로저 스페리(Roger Sperry)는 '분할 뇌 연구'를 통해 선택의 자유에 대해 흥미로운 제시를 했다.

몸의 오른쪽을 컨트롤하는 좌뇌와 왼쪽 몸을 담당하는 우뇌는 뇌량(corpus callosum)이라는 약 2억개의 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언어능력은 대부분의 경우 좌뇌만 가지고 있다. 만약 뇌량을 끊어버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수술은 간질병 발작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가끔 이뤄진다. 수술 후 분할된 뇌를 가지게 된 환자들을 실험한 스페리는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환자에게 '닭발'을 오른쪽 시야에만 보여준다. 오른쪽 시야는 좌뇌가 관장하므로 좌뇌만 보게 한 것과 같다. 그후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어보면 언어를 이해하는 좌뇌는 쉽게 "닭발"이라고 말한다. 거꾸로 겨울 풍경을 왼쪽 시야, 즉 우뇌만 보이게 하고 물어보면 언어 처리 능력이 없는 우뇌는 말을 못하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좌뇌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라고 답한다.

분할된 뇌를 갖게 된 환자에게 좌뇌에는 닭발, 우뇌에는 풍경 사진을 따로 보여 준 실험.
분할된 뇌를 갖게 된 환자에게 좌뇌에는 닭발, 우뇌에는 풍경 사진을 따로 보여 준 실험.
오른쪽 그림은 분할된 뇌를 갖게 된 환자들에게 좌뇌에는 닭발을 보여주고, 우뇌에는 풍경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이제 다양한 사진을 올려놓고 손을 가지고 본인이 원하는 사진을 자유롭게 선택하라고 한다. 대부분 환자가 오른손으로는 닭과 연관된 사진을 선택하고, 왼손으로는 겨울 풍경과 연관된 사진을 선택한다. 환자들에게 왜 그 사진을 선택했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역시 좌뇌가 해야 한다. 좌뇌는 왼손이 선택한 원인을 알 수 없고, '모른다'고 답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좌뇌는 '작년에 스키 타러 갔던 게 기억나서' '실험 전 로비에서 겨울 풍경이 들어있는 잡지를 보았기 때문'같은 그럴싸한 작화(confabulation)들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스페리는 분할 뇌 실험의 결과들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자유롭게 선호하고 선택한 행동을 실천하는 게 아니라, 먼저 무의식적으로 선택된 행동을 하고 그후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스페리의 가설이 맞는다면 인간은 선택의 자유를 가진 게 아니라 선택 정당화의 자유만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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