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속엔 안채, 콘크리트 속엔 사랑채… 한옥의 공간을 품은 집

    입력 : 2012.12.07 03:03

    [집이 변한다] [27] 강릉시 포남동 전원주택
    목재·콘크리트로 외장재 구분 한옥처럼 생활·사교 공간 분리
    거실·주방이 합쳐진 것도 특징

    건축가 김호민씨.
    "기와지붕 같은 한옥의 모양만 빌려 와서 '전통을 고수한다'고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전통 건축의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이 집은 안채와 사랑채를 분리하는 한옥처럼 생활공간과 사교의 공간에 구분을 두고 외장재에도 차이를 뒀습니다."

    건축가 김호민(39·폴리머건축사사무소 대표)씨가 강원 강릉시 포남동에 지은 주택은 한옥을 닮은 집이다. 모양이 아니라 공간의 구성이 닮았다. 30여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지난 8월 퇴직한 사동진(62)씨가 건축주다. 2010년 설계 의뢰를 받은 김 대표는 당시 사무소에서 함께 일하던 파트너 건축가 유승우씨와 함께 이 집을 짓기 시작했다. 3일 이 집에서 만난 김 대표는 "집 근처에 있는 선교장(船橋莊·조선 후기의 사대부 저택)을 건축주와 자주 방문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옥의 공간 구성을 설계에 응용하게 됐다"고 했다.

    외부에서 본 이 집은 목재(적삼목)와 콘크리트로 된 박스형의 매스(덩어리)가 맞물린 모양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옥의 안채·사랑채처럼 두 공간을 분리하지는 않았지만, 목재로 마감한 부분에는 안방·주방 같은 주인 부부의 생활공간을 두고 콘크리트 부분에는 손님을 위한 방을 마련해 구분을 뒀다"고 했다.

    강릉주택을 북쪽 뒷마당에서 바라본 모습. 1층 손님방과 거실 겸 주방에 북쪽으로도 창과 출입문을 냈다(큰 사진). 남쪽을 향한 정면에는 난방을 고려해 창 크기를 줄였다(작은 사진). /사진가 신경섭
    김 대표는 "집 안 곳곳에서 주변의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는 건축주의 바람에 따라 개방적인 집을 지으려 했다"고도 했다. 그 결과 이 집은 남향이지만 북쪽으로도 열린 집이 됐다. 1층 손님방에 북쪽으로 큰 창을 냈고, 거실 겸 주방으로 쓰는 공간에도 북쪽 뒷마당으로 통하는 출입문이 있다. 건축주 사씨는 "거실에 앉아 집 뒤의 소나무숲을 바로 바라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2층인 이 집의 연면적은 208.02㎡(약 63평), 평당 공사비는 400만원 정도가 들었다. 1층이 123.14㎡(약 37평)로 넓지 않다 보니 주방과 거실을 합치게 됐다. 김 대표는 "전형적인 주택과는 조금 다른 점"이라고 했다. "대부분 주택에서는 현관에서 이어지는 곳에 거실을 두고 부엌은 잘 안 보이는 곳에 따로 만들죠. 하지만 이곳은 그 두 공간을 합쳐 집의 중심에 뒀어요. 은퇴 후에는 남자들도 주방 일 같은 가사 활동을 많이 하게 되니까 굳이 구석에 주방을 따로 둘 필요가 없었거든요."

    콘크리트로 마감한 부분의 손님방 내부에는 장지문을 달아 한옥 느낌을 더했다.
    대지는 2507㎡(약 760평)로 집에 비해 넓은 편이다. 앞마당에는 잔디를 깔아 정원으로 가꿨다. 뒷마당의 텃밭에서는 건축주가 상추·배추·고구마 같은 채소를 기르고 양봉(養蜂)도 한다. 뒷마당으로 나온 사동진씨가 입술을 오므리고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자 그가 기르는 오골계 20여 마리가 모여들었다. "전원 속에 집만 덩그러니 있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은퇴 후에 즐길거리가 있어야지요. 이 녀석들 돌보고 여름엔 농사도 지으면서 재미있게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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